왕조시대 치세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붙이기 시작한 연호(年號)는 중국 한무제가 ‘건원(建元)’을 사용하면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유럽 등 서구가 예수 출현을 기점으로 하는 서력(西曆)을 사용한 것과 달리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일본,베트남 등의 왕조가 연호를 사용했다.연호는 ‘일세일원(一世一元)’ 원칙에 따라 대개 한 임금이 하나의 연호를 사용했지만 쇠락해가는 비운의 역사를 가진 왕조에서는 여러 연호를 쓰기도 했다.

연호를 처음 사용한 중국이 청의 멸망과 함께 더 이상 왕조식 연호를 쓰지 않고 있으며 베트남은 1945년 민주공화국이 되면서 폐지하는 등 현재는 대부분의 나라가 연호를 사용하지 않지만 일본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140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이러한 일본이 다음달부터 현 아키히토 일왕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에서 나루히토 왕세자 시대를 알리는 ‘레이와(令和)’를 연호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과거 중국 고전에서 연호를 따온 것과 달리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 ‘만요슈(萬葉集)’에서 차용한 이번 연호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맞대면 문화가 태어나고 자란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645년 다이카(大化) 개신 이후 등장한 247개 연호에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한자 ‘令(레이)’이 포함돼 현 일본 지도층의 국수주의적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사용한 ‘영락(永樂)’이란 연호가 시초다.이후 신라나 고려,발해 등은 중국 연호를 차용해 사용했다.큰 달과 작은 달의 순서,24절기 등 중요한 날짜를 알려주는 역법(曆法)을 중국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빌려 쓴 것이다.조선시대 ‘개국(開國)’이라는 독자 연호를 사용한 고종은 그 후 건양(建陽)과 광무(光武)로 바꿔 사용하다 일본에 의해 강제로 순종에게 왕위를 양위하고 만다.순종은 융희(隆熙)라는 연호를 사용했지만 결국 나라를 빼앗기고만 비운의 왕으로 기록되고 있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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