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일)은 식목일이자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이고,내일(6일)은 한식(寒食)이다.두 절기는 이렇게 하루이틀사이로 바짝 붙어서 오거나 때로는 같은 날 겹친다.이름은 따로 쓰지만 같은 절기처럼 ‘청명·한식’으로 붙여 부르기도 한다.이러다보니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거기가 거기”라는 속담도 생겨났을 것이다.한식은 설날,단오,추석과 더불어 4대 명절의 하나로 꼽히지만,있는 둥 없는 둥 어물쩍 넘어가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한식에 얽힌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문공(文公)은 나라밖으로 추방돼 19년을 떠돌다 귀국한 뒤 권좌에 올랐다.군주는 두루 인재를 발탁하고,망명 시절 자신을 도운 이들을 찾아 논공행상을 했다.어려울 때는 한마음이 됐다가도 뜻을 이루고 나면 분란이 시작되는 모양이다.개자추(介子推)도 끝까지 문공을 지킨 공신이다.주군이 즉위하자 공을 내세우고 자리를 다투는 데 환멸을 느낀 그는 노모와 더불어 면산(綿山)으로 은거한다.

문공에게는 9형제가 있었으나 모두 안팎의 신망을 잃어 군주로 세울 이는 그 뿐이었다.이 때문에 개자추는 문공의 즉위를 당연한 귀결이자 하늘의 뜻으로 봤다.‘춘추’에 그의 말이 전하는데 “남의 재물을 훔치는 것을 도둑이라 하는데,하물며 하늘의 공을 탐하여(貪天之功) 자신의 것으로 돌리는 데 있어서야 말할 것이 있으랴”라고 했다.그런데도 “신하는 그것을 의(義)라고 하고 군주는 간사한 자들을 포상하여 상하가 서로 속인다”고 한탄했다.

사태를 안 문공이 불을 질러 산에서 내려오게 하려 했으나 모자는 그만 타 죽고 만다.한식에 불을 피우지 않고 찬음식을 먹는 것은 개자추의 안타까운 죽음과 기개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권력이 바뀌면 논공행상이 따르기 마련인데,없는 공을 만들고 작은 공은 부풀리고 남의 공까지 가로채는 것이 화근이다.권력자는 공평해야 하고,신하는 절제해야 이런 비극이 안 생긴다.권력의 속성은 고금이 같지만,요즘엔 개자추 같은 자가 없다는 게 다르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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