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인제 남전리 황골에서 김덕성씨가 불에 탄 컨테이너와 자재들을 살펴보며 허탈해 하고 있다
▲ 5일 인제 남전리 황골에서 김덕성씨가 불에 탄 컨테이너와 자재들을 살펴보며 허탈해 하고 있다

“천만 다행이지요.헬기소리가 이처럼 반가울수가 없었어요”

인제 남면 남전1리 황철진 이장은 5일 동이 틀 무렵 헬기 소리를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황 이장은 지난 4일 발생한 산불이 밤사이 강한 바람을 타고 마을 앞 야산까지 번지자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차와 진화인력이 배치됐지만 불안한 마음에 손에 들고 있던 물 호수를 내려놓지 못했다.

그는 “산불이 계속 번져 마을 앞 산 아래까지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는데 다행히 헬기 진화가 시작됐다”며 “대부분의 주민들도 잠을 못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산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남전약수터 인근지역인 황골마을 일부 주민들이 피해를 심했다.

황골은 이번 산불의 한 가운데 위치해 화마를 피할 수 없었다.3300㎡에 심은 15년생 소나무가 소실됐고 컨테이너와 오미자밭이 잿더미가 됐다.

김덕성(71)씨는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집으로 왔는데 이미 주택 바로 앞까지 불이 번젔다”며 “소방관들 덕에 그나마 보금자리는 건질 수 있었다”고 허탈해 했다.

천운도 있었다.

김씨의 집 바로 옆에서 염소농장을 운영하는 최모(59)씨는 불이 덮치기 직전에도 축사에 있는 400여 마리의 염소를 두고 자신만 피할 수 없었다.

소방관들이 강제로 대피시키려 하자 염소들을 풀어 놓고 현장을 떠났다.불이 할퀴고 지나간 뒤 축사로 돌아온 최씨는 염소들이 멀쩡히 자신을 반기는 모습을 보고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소방관들이 억지로 차에 태워 축사를 빠져나오는데 진입로 양쪽으로 번진 불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다”며 “불똥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염소는 물론 축사 피해도 없었다는 것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산불로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 소실 등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인명피해가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정확한 피해 조사와 신속한 복구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원명

5일 인제 남전리 황골에서 김덕성씨가 불에 탄 컨테이너와 자재들을 살펴보며 허탈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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