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행스님 오대산 월정사 선덕 조계종 원로의원

▲ 원행스님 오대산 월정사 선덕 조계종 원로의원
▲ 원행스님 오대산 월정사 선덕 조계종 원로의원

역사(歷史)는 반복되는 것이다.따라서 역사는 지금,이 순간 우리에게 잔인한 교수(敎授)일 수 있다.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도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다.그날,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고 결렬된 후 한반도 문제는 트럼프의 ‘부와 발전’이라는 낙관주의와 북한의 어정쩡한 핵 결단 속에서 헤매고 있다.외교는 끝이 아니며 항상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다.한반도의 냉전은 70년 넘게 지속돼왔다.탄허(呑虛)스님의 셈법대로라면,벌써 두 세대 하고도 반이 지난 오랜 시간이다.

독일이 통일된 지 30년이 지났지만,메르켈 총리는 지금도 독일 통일은 진행형이라고 말한다.독일이 통일을 준비한 것은 1969년 브란트 총리 시절부터다.이후 1972년부터 1987년까지 15년간 무려 34차례의 협상을 통해 과학,문화,환경 등 민간부문에서 동서독 간 교류가 끊임없이 이뤄졌다.1982년 슈미트 서독 총리의 동독 방문에 이어 1987년 호네커 동독 공산당서기장이 서독을 방문함으로써 독일 통일에 일대 전기가 마련됐고,결국 그 오랜 교류와 협상과 인내 끝에 1990년 통일을 이뤄냈다.이제 겨우 서너 번의 정상회담이 실익 없이 끝났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있다.때문에 남북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각국과 세계인류 전체의 문제다.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세계가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중동의 화약고를 이어받은 한반도가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어떤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느냐에 지구촌의 눈길이 쏟아진 것이었다.평창은 그 물음에 평화와 번영으로 답했고,알다시피 이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열려 모두가 환호했다.이제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독일의 통일에 21년이 걸렸고,그 이후 또 30년이 지났지만,여전히 통일은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을 우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안중근 의거(義擧) 109주년과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우리 국민은 더 깊은 겸손과 자제와 인내를 요구받고 있다.하지만,생업에 바쁘고 경기가 안 좋다고 관심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포기할 수도 없고 관망하거나 주저할 수도 없다.남북화합과 통일은 우리 민족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모든 일은 천운(天運)과 시운(時運)과 국운(國運)이 따라야 하는데,거기에 더해 남북한 8000만 민족의 염원이 뒷받침돼야 하는 일이다.우리 국민 자신이 주체성을 갖고 지속가능한 인류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경주해야 한다.위기는 기회다.기회는 자주 오는 것도 아니다.평창(平昌)은 기다림을 배우고 쉬지 않고 정진해야 함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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