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때 동해안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는데도 국가적 위기대응 총책임자인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이석(離席)’을 허용하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정회하는 동안 ‘재난 관리를 해야 하므로 정 실장을 보내 달라’고 한 적이 없다”며 “산불의 심각성을 정확히 몰랐다”라고 해명했다가 오히려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누리꾼들은 “방송과 인터넷,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소식이 전해져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산불의 심각성을 한국당 의원들만 몰랐다는 얘기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몰랐던 동해안 산불의 심각성을,산불이 발생한 속초와 고성지역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이양수 국회의원은 알았던 것 같다.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5일 ‘정정보도 요청문’을 내고 “4일 오후 9시20분쯤 속개된 정의용 안보실장 이석과 관련한 회의에는,저는 이미 지역구로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9시20분 이후에 운영위 참석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니 정정해 달라”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의원이 지역구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은 원내대표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화재 심각성 보고가 없었다’고 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역대급 거짓 해명”이라고 지적했다.우 의원은 “이미 이 의원이 심각성을 얘기해서 보내줬으면서 정 실장은 왜 안 보내주나”며 “이 의원이 보고할 때는 심각하고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말할때는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같은 장소에서 열린 같은 회의에 참석한 같은 당 원내대표가 국가적 위기대응 총 책임자의 이석에 동의하지 않은 반면 같은 당 대변인의 이석을 허용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인데,원내대표가 거짓말했다기 보다는 몰랐기를 바란다.정치인에게 정직은 목숨과도 같기 때문이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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