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776명 임시시설 생활
기온 뚝 떨어져 야외활동 제한
심리적 불안·거주 불편도 호소

10일 내린 단비로 산불걱정은 덜게 됐지만 산불피해지역 이재민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대형산불로 집이 잿더미가 되는 피해를 입은 뒤 6일째 마을회관 등 임시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들은 뚝 떨어진 기온과 많은 비로 산불피해 수습을 위한 야외활동이 어려워지자 엎친데 덮친격 이라며 허탈해했다.

강릉과 속초·고성,동해 등 동해안 산불피해지에는 1026명의 이재민이 발생,776명이 마을회관과 학교,경로당,연수원 등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강릉시 옥계면 남양3리 마을회관에 기거하고 있는 이강순(67)씨는 “하루빨리 불탄 축사를 정리하고 살아남은 소들을 돌봐야하는데 비가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갇혀만 있는 상황”이라며 “회관에 화장실이 하나뿐이라 남자들은 밖에 설치된 임시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우산과 우비가 없어 비를 맞으며 이동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남양1리 고옥녀(84·여)씨는 “불에 탄 비닐 하우스를 벗겨내는 작업 등 할일이 산더미인데 비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보급된 옷들이 너무 얇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나 오후에는 전혀 야외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심신이 파김치가 된 이재민들에게는 날씨가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옥계면 남양3리 정계순(72·여)씨는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잠을 설치고 식욕이 떨어져 기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지급해주는 영양제나 청심환도 소용없고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남양1리 김남순(78·여)씨는 “비가 오기 전에는 잿더미에서 일부 연기가 나 불안했는데 비가 내려 더이상 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다행스럽지만,심신이 지쳐 어제는 새벽 3시까지 잠들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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