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짝 바위 서리에 빨가장이 여문 딸기

까마귀 먹게 두고 산이 좋아 사는 것을

아이들 종종쳐 뛰며 숲을 헤쳐 덤비네

삼동을 견뎌 넘고 삼춘을 숨어 살아

뙤약볕 이 산 허리 외롬 품고 자란 딸기

알알이 부푼 정열이사 마녕 누려 지어다

(월하 이태극 作 ‘산딸기’)

▲ 화천문화원이 1990년 파로호변에 건립한 월하시조비.
▲ 화천문화원이 1990년 파로호변에 건립한 월하시조비.
[조형물로 본 강원인물] 9.시조시인 이태극(화천)

근현대 시조문학의 부흥을 이끌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조문학의 기틀을 잡은 사람을 손꼽으라면 시조계의 거목인 월하(月河) 이태극(1913~2003) 선생을 이야기할 것이다.그는 1960년 시조전문지 ‘시조문학’(時調文學)을 창간하며 시조문학의 부흥을 위한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전통 시조장르 계승에 특별한 애정을 쏟은 그의 노력은 문학계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1965년 처음으로 한국시조작가협회의 창립을 위해 고군분투했고 1966년에는 한국문인협회 산하에 시조분과를 새롭게 창설,초대 시조분과원장이 됐다.특히 시인으로서 창작열의와 의욕 못지않게 시조부흥에 열정과 관심을 쏟으면서 현대시조의 전통성을 찾아가는 시조작가의 모범을 보였다.

이태극 선생의 고향은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다.2003년 작고하기 직전 평생 모아 소장했던 자료들을 화천군에 기증,월하 이태극 시조문학관을 건립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했다.2010년 가을에 문을 연 문학관에는 이태극 선생의 애용품이었던 담배 파이프부터 베레모,강의 자료와 노트 등 다양한 개인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

▲ 화천문화원이 1990년 파로호변에 건립한 월하시조비.
▲ 화천문화원이 1990년 파로호변에 건립한 월하시조비.
또 파로호 고갯마루에 우뚝 선 전적기념탑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나있는 호숫길을 따라 50여m쯤 걸어 들어가면 ‘월하시조비’를 만날 수 있다.앞서 1990년 고향 파로호변에 화천문화원이 건립한,그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로 ‘월하시조비’가 세워졌다.월하시조비에는 1955년 한국일보를 통해 발표해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알렸던 ‘산딸기’라는 작품이 정갈한 서체로 담겨있다.또 아래편에는 “자랑스런 화천인의 자긍심을 고취시켜… 미래의 젖줄인 파로호 길목에 이 비를 세웁니다”라고 적혀있다.파로호 강변과 함께 자연 풍물을 노래하고 일상 생활을 소박하게 다루었던 그의 기상이 아로새겨져있는 듯하다.

김호석 kimhs8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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