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희 춘천 교동초 교사

▲ 전선희 춘천 교동초 교사
▲ 전선희 춘천 교동초 교사

“선생님,1학년 어때요?” 작년 3월,주변으로부터 여러 질문을 받았다.뭐라고 간략히 정리하여 대답할 수 없는 숱한 장면이 머릿속에 스쳤고 나는 그저 웃었더랬다.한 해가 지났고 올해도 1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다.‘초등학교는 어떤 곳일까? 친구들은 좋을까? 우리 반 선생님은 어떨까?’어른의 손을 꼭 붙잡고 입학식장에 들어서는 아이들 눈빛에는 걱정과 호기심이 가득했다.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누가 우리 선생님인지 살피는 온 가족의 분주한 시선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잠 못 이룬다는 부모님이 적지 않다고 하던데 실은 교사인 내가 그러했다.애써 담담한 척 했지만 교사야말로 바짝 긴장한 마음을 꼭꼭 감추어야 했었다는 것을 누가 알까.발령 12년차라지만 이날은 나도 1학년 못지않았다.입학식 중에 아이들 얼굴을 살피는데 한 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엄마! 여자애가 나까지 네 명밖에 없잖아! 뭐야 어떡해!” 다소 화난 듯 울먹이는 아이와 딸을 잘 달래보려 애쓰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올해 우리 반 열아홉 중 열다섯 명이 남학생이기에 적잖이 충격이었나 보다.기념 사진 촬영 때에도 여전히 속상해 보였다.‘내일부터 학교 오기 싫다고 하면 어떡하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아이들과 교실로 향했다.

어른들의 염려와 달리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 적응에 생각보다 유연하고 씩씩했다.우리끼리 모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하니 이내 서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였다.서로 눈을 맞추고,얼굴을 마주하며 이름을 불러보고,오늘의 기분을 이야기하고,내일의 약속도 나누는 동안 아이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첫 하루 나눔을 맺을 무렵,부모님들께서 교실에 오셨다.그 사이 어른들도 좀 더 편안해진 얼굴이었다.

그렇다.아는 친구가 없어 어색해 하는 아이도,수줍어서 아무 말 않는 아이도,옆 친구와 수다 꽃을 피우는 아이도,유치원 때 친구가 여럿이라 신이난 아이도,낯섦 속에서도 개성을 뽐내는 아이도,태연한 척 해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꽤 떨려하던 어른들까지도,‘1학년 개나리반’으로 만나 ‘우리’가 되는 날.바로 이 날이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이다.

입학 이튿날부터는 모 방송사에서 ‘극한직업’으로 소개됐던 어느 1학년 선생님의 일과처럼,때로는 그 이상으로 쉴 틈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고,보살피고,진땀나는 돌발 상황을 헤쳐 나가며 ‘일희일비’ 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 되고나서야 경험하고,이해하며,깨달아야만 했던 이야기가 가득하다.“선생님, 1학년 어때요?”라는 질문을 다시 떠올려본다.아이들 얼굴을 떠올려보니 질문을 바꿔야지 싶다.“선생님,1학년 선생님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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