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한 천체로 알려져 있다.흔히 검은 구멍으로 상상되던 블랙홀은 지난 191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이론에서 개념화됐지만,빛까지 흡수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촬영하기는 커녕 직접 볼 수 조차 없었다.그런 블랙홀의 모습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13개 기관이 협력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200여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한 사건지평선 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은 2017년 4월 5∼14일까지 6개 대륙의 8개 전파망원경을 통해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을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관측한 것이다.연구진들은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지구 크기의 거대한 가상 망원경을 구축해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블랙홀을 촬영했는데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과 유사한 반지 모양의 밝은 노란색 빛 가운데 검은색 원형을 보인다.

프랑스 파리의 카페에서 미국 뉴욕의 신문 글씨를 읽을 수 있고,한라산에서 백두산 정상에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까지 볼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는 EHT를 통해 촬영한 블랙홀은 지름이 380억㎞에 달하고 질량은 태양의 65억배라고 한다.

태양 1개의 질량이 지구 33만 2000여개 질량과 맞먹는다고 하니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다.이 블랙홀의 이름이 하와이 신화에 나오는 ‘포웨히’(Powehi)로 명명됐다고 한다.“끝없이 창조되는 어둠의 원천이자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창조물”이라는 뜻의 ‘포웨히’가 붙여진 것은 이번 블랙홀 촬영 프로젝트에 사용된 8개의 전파망원경 가운데 2개가 하와이에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과학기술연합대학원 대학교·서울대·연세대 과학자들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 우주전파관측망(EAVN)도 동원됐다고 한다.이번에는 비록 공동참여로 끝났지만 다음에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우주탐사에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진종인논설위원 whddls25@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