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 고성교육장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처참하다.전쟁터의 집중폭격을 당한 현장보다 더욱 참혹한 모습이 요즘 고성 산불 피해지역의 모습이다.하지만 산불의 피해를 이겨내기 위한 이재민,학교,교육청,자치단체,자원봉사단체의 노력은 눈부시게 아름답다.봄 향기 가득한 4월 첫째 주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고성에 날벼락과 같은 산불이 발생했다.보통의 산불과는 달리 ‘양간지풍’이라 불리는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산불은 확산속도가 매우 빨랐다.안타깝게도 인명 피해는 물론 엄청난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거센 불바람에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러나 이번 산불 강도에 비해 학교 피해는 비교적 크지 않았다.산불발생 초기 대응이 체계적이면서도 공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산불 발생 시간은 학생들이 하교하고 교직원들도 퇴근한 저녁 시간이었다.학교는 산불발생 직후 즉시 비상연락망을 가동했고 학교를 사수하기 위해 달려온 교직원들은 산불과 사투를 벌였다.이날은 영월군에서 강원도소년체육대회가 개최되는 첫날로 도내 많은 교육 관계자들이 영월에 머물고 있었다.학교장들은 즉시 학교로 귀교해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했다.교육감은 속초교육지원청에 임시 상황실을 꾸려 진두지휘하며 속초,고성지역의 학교에 휴업조치를 하도록 하는 한편 피해 학생들을 정확하게 파악해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이번 고성산불은 또 다른 새로운 영웅들을 탄생시켰다.화재현장으로 달려와 학교를 지킨 교직원들도 영웅이 아닐 수 없다.속초에 위치한 진로교육원에서는 진로체험활동에 참가한 학생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기 위한 노력에 사력을 다하고 건물에 불이 옮겨붙지 못하도록 진화활동을 하다 교직원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인흥초와 청해학교 교직원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산불과 벌인 사투는 학교를 지켜내는 결과로 이어졌다.학교 체육관마다 이재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원봉사대원들의 노력 또한 여느 영웅들 못지않은 모습들이었다.이번 산불은 인명 피해와 엄청난 재산 피해를 가져와 우리에게 고통과 상처를 남겼지만 소리 없는 영웅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도교육청은 기초가 강한 교육,미래를 여는 교실,건강하고 안전한 학교,모두에게 따뜻한 교육복지,사람을 위한 교육행정을 5대 정책 방향으로 시행해 오고 있다.이번 산불사태를 맞아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 만들기가 학교 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이 확인됐다.발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한 것은 우연이 아닌 그동안의 교육효과라고 봄이 마땅하다.우리는 골든타임에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던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도교육청의 현장 지휘와 학교 교직원들의 지혜로운 초기 대처가 안전한 강원 학교의 배경이다.갑작스런 재해에 집을 잃고 황망한 피해를 당한 이재민 분들에게 힘내시라는 위로의 말씀과 함께 고통을 함께하기 위해 온정을 베푸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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