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자전거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곳곳에 자전거 도로가 생겼다.10여 년 전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자전거 길 경쟁이 붙기도 했다.자전거 한 대로 집을 나서면 어디든 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앞을 다퉈 길을 내고 둘도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예찬이 쏟아졌다.두 바퀴로 어디든 갈 수 있게 하고 누구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그러나 아무리 좋은 일도 다른 뜻이 개입하고,본말이 바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전거도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생활 속의 이동수단이 아니라 다른 목표가 들어오면 과장과 무리가 따른다.자전거 길을 내고 즐겨 타는 일이 슬며시 일상에 자리 잡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진다.자전거 열풍의 그림자는 곳곳에 남아있다.급하게 뚫어 놓은 외곽의 자전거도로는 망가지고 훼손된 채 방치된 곳이 많다.가지 않던 곳도 다니면 길이 되지만,있는 길도 다니지 않으면 사라진다.어렵게 개설한 도심의 자전거 도로는 사람이 걷는 길과 경계가 모호하고 불법 적치물이 쌓여 도로의 기능을 상실한 경우가 흔하다.

아파트단지마다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그러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드물고 켜켜이 먼지가 쌓여있다.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을 찾기 어렵고 자전거폐차장을 방불케 한다.가끔 아파트관리소에서 주인을 찾거나 폐기절차를 밟겠다는 경고 겸 안내문이 나붙는다.아파트계단에 장기간 방치된 자전거는 민원의 대상이 되곤 한다.장점이 열 가지면 뭐하고 백 가지면 뭐하나 싶다.평소에 잘 관리하고 이용하지 않으면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 자전거다.나의 몸과 일체가 될 때 자전거는 비로소 그 기능이 살아난다.

얼마 전 한 같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후배가 집에 묵고 있는 어린이용 자전거를 선물했다.바퀴만 조금 손보면 새것처럼 쓸 수 있는 것이었다.아직 쓸 만한 것은 이렇게 돌려쓰는 것도 생활의 지혜일 것이다.이번 주말과 휴일(20,21일) 강원도민일보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와 강원도가 후원하는 2019 자전거 대행진이 춘천 원주 강릉을 비롯해 11개 시·군에서 열린다.봄이 무르익어가는 이때 묵은 자전거를 손 보고 함께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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