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러시아에서 열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난관에 봉착한 비핵화 협상의 미래를 점칠 정상외교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북러정상회담에 이어 상반기에는 북중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제안한 남북정상회담도 언제든 열릴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하순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크렘린궁이 18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하면서 김 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첫 행선지는 러시아로 결정됐다.

현재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는 24∼25일께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을 뒤로하고 푸틴 대통령과 먼저 만나는 것은 최근 시정연설에서 밝힌 ‘장기전’에 대비한 ‘우군 다지기’의 성격이 강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대북제재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취재진과 만나 “안보리와 국제사회가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조처를 북한이 단행한다면, 이는 제재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는 또 북한이 생각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식에 대해서도 지지하고 있어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에 앞서 공조를 과시할 파트너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한국과 미국은 북러정상회담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과 만났고, 조현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티토프 러시아 외교부 제1차관과 제7차 한-러시아 전략대화를 했다.

한미 양측은 이런 계기 등을 통해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선 북미대화 재개가 중요하다는 점을 러시아 측에 강조하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19일 “북러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내놓을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5∼6월에도 다양한 조합의 정상회의가 잇따라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G20 행사에 앞서 6월께 남북한을 모두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 주석은 남북한으로부터 모두 초청장을 받아놓고 있다.

한중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4번이나 방중했지만 시 주석은 한 번도 방북하지 않아 조만간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 주석이 북한만 찾고 한국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계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이 만나다면 무역협상이 가장 큰 의제일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문제도 분명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일 만났던 한미 정상도 다시 회동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회의에 앞서 5월 말에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의 두 차례 방일 계기에 한미정상회담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시기를 예상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는 다른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측과의 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본격적으로 다시 나서겠다는 방침을 정한 뒤에야 남북 정상 간 만남이 가시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예고해 놓고 있어 한국 정부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북한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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