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상한제 시행해야” vs “파급력 커 충분한 검토 필요”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부터), 제레미 레너, 브리 라슨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팬 이벤트에서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4.15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부터), 제레미 레너, 브리 라슨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팬 이벤트에서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4.15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 개봉을 앞두고 극장가에 전운이 감돈다. 개봉 하루 전인 23일 예매량이 200만장에 육박하면서 스크린 독점 우려가 커진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현재 2천855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예매율 2위인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의 788개와 비교하면 4배나 차이가 난다.

스크린 수보다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은 상영점유율이다. 스크린 수는 상영관 한 곳에서 ‘어벤져스4’를 9번 틀고 다른 영화 1번만 상영해도 두 영화는 같은 스크린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된다. 반면, 상영점유율은 전체 상영횟수에서 특정 영화 상영 비중을 말한다.

지난해 4월 25일 선보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경우 개봉 첫 주말 상영점유율이 77.4%에 달해 독과점 논란을 낳았다.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10편 가운데 약 8편이 ‘어벤져스3’였다는 의미다.

극장들은 ‘어벤져스4’의 경우 러닝타임이 3시간에 달하면서 상영횟수를 늘리기 위해 대부분의 관을 ‘어벤져스4’로 편성했다. 강남의 한 멀티플렉스 상영시간표를 보면 ‘생일’과 ‘바이스’, ‘노무현과 바보들’, ‘요로나의 저주’는 24일에 단 한 차례만 상영된다. 나머지 상영시간은 모두 ‘어벤져스4’로 채웠다.

▲ 안소니 루소 , 조 루소 감독 형제(왼쪽부터),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 대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 브리 라슨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팬 이벤트에서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4.15
▲ 안소니 루소 , 조 루소 감독 형제(왼쪽부터),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 대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 브리 라슨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팬 이벤트에서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4.15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많이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200만장에 육박하는 사전 예매량을 근거다.

극장 관계자는 “예매율이 기록적인 수준인 데다, 관객 기대 심리도 높아 편성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벤져스4’와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다른 작품들이 일찌감치 개봉 시기를 조정한 것도 현실적인 이유다. 실제로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를 제외하고는 5월 둘째 주까지 이렇다 할 신작이 없는 상황이다.

극장들은 힘겨운 보릿고개를 지나는 만큼 ‘어벤져스4’ 특수를 누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22일 박스오피스 상위 10편의 평균 좌석판매율은 7.8%에 불과했다. 이들 영화에 배정된 좌석 수가 100석이라면 불과 8석만 팔렸다는 얘기다.

극장 관계자는 “1년에 성수기 몇달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기에는 극장이 텅 빈다”면서 “인건비 지급 등 극장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마다 마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독과점 논란이 재연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영화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영화 블록버스터가 매년 여름과 겨울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영화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가 제한되고, 다른 영화에 대한 관람기회까지 한정돼 관객의 문화향유권 역시 침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 개선 움직임을 보인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지난 15일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을 토대로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개정안은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복합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오후 1시부터 11시까지 프라임 시간대에 총 영화 상영횟수의 50% 이상을 초과해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극장업계는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협의와 검토,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할리우드 대작은 기본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상영을 제한할 경우 상영 기간이 오히려 두세달씩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또 다른 개봉 영화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다양성 영화의 좌석판매율은 2% 안팎에 불과한데, 이를 강제로 상영하게 되면 전체 좌석판매율이 떨어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비상업영화의 경우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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