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지나간 주택가·공터 생활
이재민, 대피소 오가며 먹이공급
“교통 불편·사고 날까 걱정돼”

동해안 산불로 갈 곳을 잃은 이재민들의 반려동물이 마땅한 거처를 찾지 못하고 산불 재난현장에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일부 이재민 대피소에서는 반려동물 입소여부를 놓고 갈등까지 빚고 있다.이재민이 대피해 있는 고성 천진초교는 함께 거주하는 이재민들의 배려로 소형견 ‘길순이’가 입소해 지내고 있지만 다른 임시거처의 경우 반려견의 입소를 금지한 상태다.

이 때문에 상당수 반려견은 산불로 그을린 주택가의 재난현장에서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고성군 관계자는 “피해 지역 특성상 대형견이 많은 탓에 이재민들이 시끄럽다는 등의 민원을 제기해 입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연수원 마당에 반려견을 묶어놔도 반대하는 이재민들이 있어 견주들과의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견주들은 반려견을 산불로 타버린 집터나 임시거처 근처 공터에 반려견을 묶어 놓고 사료를 주기 위해 대피소와 집을 오가고 있다.화마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있는 현장에 반려견을 두고 온 견주들은 반려견 보호를 호소하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5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는 A(고성)씨는 “얼마전까지 불에 탄 집 근처에서 반려견들과 생활하다가 지금은 연수원에 들어가 개들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어 혹시모를 사고가 나지않을까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이재민들은 반려견도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동물보호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현재 산불피해 지역에 동물을 동반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는 곳은 한 곳도 없으며 지원되는 것은 반려견들이 지낼 수 있는 플라스틱 집이 전부인 상황이다.

반려견을 집터에 묶어 놓고 연수원을 오가며 생활을 하고 있는 B씨는 “교통도 불편하고 주인이 없을때 개들한테 무슨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주거지가 마련될 때까지 왔다갔다 하며 밥을 챙겨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려동물을 동반해 입소할 수 있는 대피소를 따로 마련해준다면 견주도 편하고 이재민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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