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만난 2018년 4월 27일 오전9시30분 판문점 군사분사분계선.문 대통령이 북측 최고지도자로서는 정전이후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온 김 위원장에게 “(김위원장이)남쪽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냐”고 하자,김 위원장이 “그럼,지금 넘어가 볼까요”하면서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북측으로 10초가량 월경했다.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차려진 메인프레스센터에 모인 전세계 38개국 3000여명의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수와 감탄사가 터져나왔다.이 장면을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함께 지켜보던 필자도 가슴속에서 끓어 오르는 불두덩이 같은 진한 감동을 느꼈다.‘금단의 선’인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남쪽과 북쪽 땅을 번갈아 밟는 남북정상의 모습은 어릴 적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시대’때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은 필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어서 아직도 강렬하게 각인돼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44분간 가진 ‘도보다리 밀담’은 첫번째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였다.문 대통령이 손을 써가며 진지하게 설명을 하고 이를 들으면서 간간이 미간을 찌푸리다 허공을 보며 웃음을 보인 김위원장의 진지한 표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새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연두색 신록이 우거진 숲을 배경으로 파란색 다리를 걷고 대담하는 두정상의 모습은 ‘총천연색 무성영화’의 절정처럼 느껴졌다.

이날 두 정상은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항구적 평화체제구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3개조 13개항으로 이루어진 ‘한반도 평화와 번영,통일은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이어 5월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번개회담’으로 가졌고 9월18일부터 20일까지는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을 개최했다.이처럼 속도를 내던 남북관계가 올해들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조속히 받아들여 빠른 시일내 제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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