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국 정상외교 시동, 새로운 추동력 찾을 때

지난해 4월27일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전파됐습니다.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군사 충돌의 암운이 드리웠던 한반도에서 대 전환의 기운이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 준 상징적 사건입니다.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극도로 경색된 한반도 정세를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입니다.이런 장면의 연출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물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특별한 무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북한이 막판에 평창올림픽 참가를 결정했고,관련 당사국간의 직·간접 접촉이 이뤄지고 해빙의 무드가 조성됐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평창올림픽은 최대·최고의 대회라는 평가와 함께 전통적 올림픽정신 구현과 올림픽의 새 역할을 제시한 대회로 평가할 만합니다.올림픽 직후인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전격 만났습니다.냉전과 군사대치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양 정상이 만났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두 정상의 행보 하나하나가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뜻이 있었습니다.4·27 남북정상회담은 평창올림픽이 만들어낸 유산이자 또 다른 성과로 기록되기에 충분합니다.

양 정상은 3개 핵심의제와 13개 세부 항목의 판문점 선언을 내놨는데 첫째는 남북관계의 전면적 개선과 발전으로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을 앞당긴다는 것,둘째는 남북은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 군사충돌을 유발하는 적대행위를 중지한다는 것,셋째는 남북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것입니다.갈등과 대결이 화해와 협력으로 환치됨으로써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기본바탕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1년 획기적 관계개선,적대행위 중지,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4·27 회담의 기조가 유지된 것은 다행입니다.구체적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방향성입니다.4·27 회담 후 5월과 9월 두 차례 남북정상이 더 만났고,지난해 6월 싱가포르,올 2월 베트남 하노이에 북미 정상회담도 열렸습니다.물론 진전된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쉽습니다.새 전환점이 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도 여전히 막혀있습니다.북한의 진전된 비핵화 조치와 꽉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한 걸음씩 물러나 이 고리를 풀어야 4·27 회담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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