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장 피해현장 방문
화재 발생 20여일만에 찾아와
“형사책임 없어도 민사책임질 것”
이재민 “한전 책임 명백” 배상 촉구

▲ 김종갑 한전 사장이 24일 산불 피해지역인 고성군 토성면을 방문한 가운데 이재민들이 한전의 조건없는 배상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 김종갑 한전 사장이 24일 산불 피해지역인 고성군 토성면을 방문한 가운데 이재민들이 한전의 조건없는 배상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공식 사과에도 산불피해 이재민들의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24일 오전 김 사장은 동해안 산불 발생 이후 20여일 만에 처음으로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이재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고성과 속초를 찾은 김 사장은 “한전에서 관리하는 설비에서 산불이 번진 것에 대해 사죄하며 형사적으로는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민사적 책임은 지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보상문제에 대해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이 자리에서 섣부르게 보상을 하겠다고 말하진 못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하지만 이 같은 김 사장 답변은 오히려 화마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 채 잃어버린 성난 이재민들을 더 자극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고성 산불 이재민들은 “피해 주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방안을 제시하라.경찰 수사 운운하지 마라.이번 산불은 한전 책임이 명백하다”며 즉각적인 손해배상을 촉구하며 반발했다.

한 이재민은 “배상에 대한 모든 약속은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요구했다.또 다른 이재민은 “사망자 유족에 대해서는 왜 사과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김 사장은 “사망자 유족들을 만나 사과하고 배상에 대한 모든 것은 서류로 남기겠다”고 답했다

노장현 고성 이재민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의 기본 원칙은 수사결과에 상관없이 전액 배상”이라며 “이 부분이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서로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속초 산불 피해 이재민들 역시 현실에 맞는 보상과 함께 2차 피해 보상도 요구했다.

속초산불피해 비상대책위는 “상습 방화범인 한전은 화마로부터 삶을 빼앗긴 이재민들에게 현실에 맞는 보상과 2차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도 해야 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 까지 한전을 대상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일기 위원장은 “속초 상공인들의 피해가 신고된 것만 300억 원에 달하고 2차 영업손실은 환산할 수 없을 정도”라며 “앞으로 장기간 싸움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읍소했다.

김종갑 사장은 “비대위와 처음 만나는 오늘 자리를 출발점으로 삼고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해 나갈 것인지 논의 할 것”이라며 “산불로 생활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진천·박주석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