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출동이다!” 평온함을 깨우는 전화소리.유난히 바람이 세게 불던 지난 4월 4일 오후 2시쯤이었다.어리둥절한 마음으로 다른 직원들과 우선 현장으로 급하게 출동했다.웅장한 헬리콥터 소리,분주한 산불진화 차량들,멀리서 바라봐도 산중턱부터 불에 타고 있는 산은 몹시 위협적이었다.매캐한 냄새는 코를 찌르고,산불 연기도 어느새 마을 어귀까지 내려왔다.이렇게 큰 불을 가까이에서 본 건 태어나 처음이다.심장이 몇 배는 더 쿵쾅거렸다.이곳 인제에서 근무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산불’과는 관련 없는 평범한 청년이라고만 여겼던 탓일까.몸소 산불을 경험해본 그때의 감정은 파괴적(?)일 정도로 대단했다.잿가루로 시커멓게 된 얼굴,헬기에서 뿌리는 물을 맞아 온몸이 흠뻑 젖은 분,무거운 호스와 펌프를 쉴틈 없이 그 험한 산으로 옮기느라 기진맥진한 분.정말 뉴스나 신문에서도 보지 못한 생생한 모습이었다.

이번 ‘산불’은 가슴 아픈 대형 재난임이 분명하다.이전과 같은 숲의 모습을 찾으려면 족히 30년은 걸린다고 하니 산림청 공무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필자는 부끄럽게도 산불현장 한복판에 직접적으로 투입되지는 않았다.그럼에도 산불진화 과정을 통해 느끼고 깨달은 바가 적지 않다.이 복합적인 기억과 감정 중 단연 으뜸으로 각인된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식’이다.공무원과 비공무원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기에 산불진화의 마무리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인력으로는 쉽게 잡을 수 없는 불길을 재빠르게 잠재워준 공중진화대,산불 진화 후에도 현장을 찾아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귀한 성금을 보내주신 분들도 적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분명 아프고 쓰라린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고유의 ‘우리의식’을 보여준 귀한 사례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이후로도 우리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맞을 것이다.그리고 우린 이 ‘우리의식’의 기치 아래 또다시 수많은 괴로움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으리라. 최재웅·인제국유림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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