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은 1945년 해방후 38선이 그어지면서 전 지역이 북한으로 넘어갔다.그러나 6.25 전쟁 때 국군과 지역주민들이 북한군과 치열한 전투로 피 흘린 끝에 38선 북쪽으로 가장 많이 올라가 절반 이상을 수복하면서 남 고성군과 북 고성군으로 갈렸다.그 결과 남쪽의 최북단 지역이 됐고,어느 지역보다 남북분단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성군을 대표하는 관광지는 통일전망대다.이곳은 금강산을 한눈에 볼 수 있어 2000만 명이 다녀간 국내 최고의 안보 관광지다.1990년대 중반까지 남북 대치로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아 통제가 심했으나 2000년 남북화해와 2003년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남북을 잇는 평화의 길 출입구로 탈바꿈됐다.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남북 평화의 길은 다시 닫혔다.

그 후 11년,평화를 알리는 길이 열렸다.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던 고성 DMZ 평화의 길이 27일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됐다.1953년 정전 이후 통제했던 금단의 땅이 66년 만에 열렸다.그곳에도 봄을 알리는 꽃들이 참가자들을 반겼지만,곳곳에서 찬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길옆에는 붉은색 글씨로 쓰인 지뢰 표지판과 해안 철조망이 겹겹이 쳐 있는 것이 남북분단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마음을 설렜지만,남북의 냉전 분위기는 여전히 존재했다.

고성 DMZ 평화의 길은 북쪽 길에 막혀 남방 철책선까지만 갈 수 있는 반쪽짜리 길이다.통일전망대에서 2km 북쪽에 있는 금강산 전망대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면서 북쪽 길마저 열려 금강산까지 갈 수 있는 남북 평화의 길이 다시 연결되기를 기원한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또 지금은 비포장도로지만 남북 차량이 오고 갈 수 있는 4차선 포장도로가 개설되고,그 옆으로 동해북부선 열차가 달리는 상상을 해 본다.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까 하는 의심도 든다.그래도 고성 DMZ 평화의 길이 이런 상상을 현실화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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