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진화법의 주요소인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제도)은 전기톱이나 해머로 폭력을 일삼는 ‘동물 의원’들로 인해 ‘식물 국회’가 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무한정 표류하는 법안을 강제로라도 처리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다.재적의원 5분의3 이상 또는 관련 안건의 해당 상임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이상 찬성으로 패스트트랙 안건이 지정되면 무조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까지 가야한다.하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최대 180일,법사위 90일 등 270일이 걸릴수 있고,상임위를 통과해서도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최대 60일을 더 머무를 수 있어 본회의 자동상정까지는 330일이 넘어야 가능한 ‘느림보 제도’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패스트트랙과 필리버스터를 신설했는데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추진했다.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너무 떨어져 2012년 4월 치러지는 19대 총선에서 참패할 것을 우려한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과반수 전횡’을 우려해 통제장치로 만든 것이다.새누리당은 우려와 달리 19대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했지만 당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켜 ‘몸싸움 국회’를 ‘말싸움 국회’로 바꾸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 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 하자 자유한국당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식물국회’는 순식간에 ‘동물 국회’로 변해 국회선진화법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패스트트랙 지정 시도과정에서 여야가 충돌하면서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들이 서로 무더기 고발하는 사태가 발생하고,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유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하자 청와대 토론방 게시판에는 ‘민주당 해산 청원을 올려달라’는 글이 올라오며 청와대로 불똥이 튀고 있다.법을 제정하는 정치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하고 국민들은 정당들을 해산시켜달라고 하니 이러다 정치인이라는 직업이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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