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희 전 영월군농업기술센터 소장

최근 물무리골에 다녀왔다.많은 사람들이 걷기운동을 하고 있었다.주민들이 즐겨 찾는 것은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또 상쾌한 숲속에서 여러가지 식물을 가까이 보면서 걸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어린이들이 단체로 자연생태학습을 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필자는 5년 전부터 산책을 하면서 물무리골 식물들을 관찰해 왔다.식물학자처럼 과학적이지는 못해도 1주일에 1회 정도 꽃이 피는 야생화와 나무들을 관심을 갖고 살펴 보았다.시간이 흐를수록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입구에 ‘생태학습원’이란 안내판을 떼어 내고 싶기도 했다.안내판에는 멸종위기 식물인 산작약과 백부자 등이 자생한다고 되어 있다.

생태학습원을 개장한 후 몇 년 안됐을 때는 백부자와 산작약을 몇 포기 보았다.그러나 이제는 찾기 힘들다.몇 년 전까지 자주 눈에 띄던 으름덩굴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각시붓꽃과 솔체꽃의 개체수도 절반으로 줄었다.동의나물과 물매화도 갈대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왜 이렇게 되었을까?원인은 간단하다.나무가 너무 울창하게 자라서 풀꽃들이 햇빛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대부분의 풀꽃들은 햇빛이 없으면 자라지 못한다.꽃을 피울 수 없다.꽃이 피지 않으니 열매가 없어 번식도 되지 않는다.

2009년에 영월곤충박물관에서 인공 증식한 멸종위기 종 물장군 곤충을 연못에 방사하는 행사를 마련했다.10여년이 지난 지금은 관련 기관에서 세운 방사안내판만 수풀 속에 서 있고 연못은 갈대밭으로 변했다.처음보는 사람은 거기가 연못이 있었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 같다.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풀꽃들의 이름과 특징을 설명한 안내판을 볼 수 있다.안내판만 있고 식물은 거의 없다.안내판 설치 당시에는 식물이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다.나무 이름 안내판이 붙은 나무들은 햇빛을 받고 잘 자라고 있다.이런 상태로 몇 년 가면 나무만 무성한 평범한 숲속의 산책길이 될 것 같다.

생태학습원이란 이름을 유지하려면 풀꽃이 자라는데 지장을 주는 나무는 주기적으로 베어 주어야 한다.대부분 키가 크지 않는 관목들인데 그대로 놔 두어 키가 크면서 햇빛을 차단하니 키가 작은 풀꽃들이 자라기 힘든 환경이 되고 말았다.자연물도랑을 따라 좌우로 관목과 갈대를 베어주면 사라져 가던 풀꽃들이 되살아 날 것이 틀림없다.관목을 베어도 키 큰 소나무와 참나무 등 교목이 있어 전체 경관은 훼손되지 않는다.나무로 된 데크와 의자도 일부는 썩어서 교체를 해야 한다.곳곳에 흉물로 남아 있는 곤충 모형도 없애야 한다.생태학습원의 가치와 기능을 높이려면 식물 이름 안내판도 수시로 교체 해야 한다.특히 식물 종이 증가하면 곤충과 동물도 증가한다는 자연 법칙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