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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누군가의 귀한 자녀와 대면하고 있다

박찬성 변호사

데스크 2019년 05월 02일 목요일
▲ 박찬성 변호사
30대로 접어든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필자도 어느덧 서른아홉,이제 곧 불혹(不惑)의 나이가 된다.하기야,‘백세 시대’에 마흔이라면 아직은 어린 축에 속할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여러 소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갑질로 넘쳐난다.나이가 어리다는 둥,직급이 낮다는 둥,비정규 계약직이라는 둥,소위 말하는 ‘학벌’이 모자라다는 둥,사람 무시하는 이유도 가지가지,행동양태도 각양각색이다.비하와 냉대,모욕적 언사로도 모자라,종종 물건도 마구 집어 던지지 않는가! 꽃으로도 사람을 때리지 말라고 하는데 기가 찰 노릇이다.

혹시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어,여기서 잠깐 법률 상식! 여느 드라마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듯 물컵을 들어 상대방에게 물을 뿌리게 되면,이는 형법상 폭행죄의 구성요건을 넉넉히 충족한다.즉 범죄인 것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일찍이 어린이에게도 함부로 하대하지 말라고 강조하셨다.작고 나이 어릴 뿐,인격체로서의 존엄성은 어른이건 아이이건 동등하다는 것이다.심지어 2019년의 우리들도 좀체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귀중한 원칙을 그 오래 전에 강조하셨던 혜안(慧眼)이 참으로 놀랍다.어린이뿐이랴! 그 누구에게 일지라도,자그마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젊은이에 대해서일지라도 저열하고 추잡한 ‘갑질’을 자행해도 좋을 ‘권리’ 같은 것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저명한 법철학자 중의 한 사람인 시카고 대학의 마사 누스바움 교수는 말한다.“다른 인간을 […] 역겨운 쓰레기 조각으로 보는 일은,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그 사람의 느낌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진지하고도 선의에 찬 시도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 때에나 가능하다….반대로,다른 누군가를 인간으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인간처럼 생긴 형태를 볼 때마다 우리는 그 형태에 완전하고 평등한 인간성을 부여할 것인지,아니면 그보다 못한 무언가를 덧씌울 것인지 선택해야만 한다.오직 그 사람의 눈을 통해 본 세상이 어떨지를 상상할 때에만 인간은 다른 사람을 ‘무언가’가 아닌 ‘누군가’로 인식하는 지점에 도달한다.”

오직 인간만이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고 누군가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리라.그렇다면 누스바움의 가르침을 뒤집어 보자.타인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갑질의 배설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것은 타인의 관점과 느낌을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해 버릴 때나 가능한 일이다.상상력이 없거나,또는 그 능력은 있지만 이를 발휘하지 않거나.별 차이는 없다.둘 모두 다 ‘인간 이하’라는 뜻이다.그러니,‘내’가 누군가에 갑질을 할 때,‘나’는 마침내 ‘갑’의 위치에 찬란하게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끽해야 ‘인간 이하’의 자리로 내려앉게 될 뿐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찌 해야 옳을까? 어려울 것 없다.당신이 지금 누군가의 귀한 자녀와 대면하고 있다는 것만 늘 잊지 않을 수 있다면 당신은 언제나 존엄한 인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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