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사는 펭귄은 새인데 날지 못한다.바닷물도 무서워한다.먹잇감을 잡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바다 밑에는 바다표범 등 천적들이 있어 들어가기 두렵다.이럴 때 펭귄 한 마리가 먼저 뛰어들면 여러 펭귄들도 잇따라 뛰어든다.첫번 째 뛰어들면 죽을지 모르지만 먹잇감 확보가 수월하다.이처럼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 용기를 내 먼저 도전하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그 뒤를 따르는 펭귄을 추종자라고 한다.

이 말은 2008년 47세로 사망한 랜디포시 교수(미국 카네기멜론 대학)가 출간한 ‘마지막 강의’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영어권에서는 불확실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뜻한다.기업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면 다른 기업들도 뒤따라 진출할 수 있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IT기업을 두고 통용하고 있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축적의 길’에서 “기업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려면 개념설계(새로운 밑그림)를 그려야 한다”라고 했다.세계 최대의 빌딩을 짓는다 해도 실질적인 설계는 선진국에서 맡아왔다.우리는 그들이 그려준 개념설계대로 실행만 했다.문 대통령도 올해 신년사에서 “추격형 경제는 종말이 왔다”라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선도형 경제로 바꿔야 한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퍼스트 펭귄이다.1969년 창립 당시 후발주자였으나 1983년 반도체 분야에 진출한 후 수 많은 혁신을 통해 1993년 세계 1위에 등극했고 세계시장의 40%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다.이젠 먹잇감(시장)이 바닥났다.

그래서 먹잇감이 많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으로 뛰어 들었다.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세계 1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다.이 분야는 극소수의 기업이 기술을 독점하고 미국과 중국이 나라의 명운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우리의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삼성전자는 이 분야의 퍼스트 펭귄이 아니라 추종자다.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의 기적은 일어날 수 있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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