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t트럭 35대 분량인 8만1258장의 팔만대장경을 760년째 온전하게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의 ‘장경각’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다.가야산 중턱에 있는 ‘장경각’의 바닥은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숯과 소금,횟가루를 모래와 찰흙에 섞어 다졌고 바람이 잘 들어왔다 빠져 나가도록 건물 앞 벽면엔 아래 창을 위 창보다 크게하고 뒷면은 반대로 했다.

춘천시 동면에 위치한 네이버 도시첨단산업단지인 데이터센터 ‘각’의 명칭은 세계기록유산인 ‘장경각’에서 따온 것이다.데이터센터 ‘각’에는 총 12만 대의 서버가 있는데 저장 용량이 240페타바이트(PB)에 달한다.이는 책 1000만 권을 소장한 국립중앙도서관이 약 2만5000개 있는 것과 같은 양이다.소양강댐의 차가운 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에어컨으로 서버의 열을 식히는 기간이 일년에 30일도 안된다고 한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데이터센터 ‘각’은 강원도와 춘천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탄생했다.도와 시는 만천리 일대 부지 수용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72억 원에 이르는 지방세를 감면해주고 5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도 줬다.데이터센터 건축과정에서 국도 위에 고가도로를 설치할 수 있게 해주는 등 특혜에 가까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하지만 네이버는 당초 약속과 달리 연구소를 이전하지 않고 데이터 저장소만 설치해 수백명 규모의 연구인력 상주와 IT산업 활성화를 기대했던 지역을 실망시켰다.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는 네이버가 최근 이곳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외국의 ‘클라우드’업계와 경쟁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했다.하지만 지역에서는 호응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글로벌 기업이라도 지역의 신망을 얻지 못하면 뿌리내리기 힘들다.전 세계 기업과 경쟁하는 ‘글로벌 네이버’도 좋지만 지역과 상생하는 ‘글로컬(글로벌(global)+로컬(local)) 네이버’를 보고 싶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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