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산불피해지 동해 망상동
양봉농가 생계수단 잃어 막막
이재민 집 없는 설움에 눈물만
불탄 해송 5100그루 덩그러니

▲ 화재로 피해를 입은 동해 망상동 석두골 마을에서 양봉시설을 모두 잃은 박영한씨가 다시 구입한 벌을 살피고 있다.
▲ 화재로 피해를 입은 동해 망상동 석두골 마을에서 양봉시설을 모두 잃은 박영한씨가 다시 구입한 벌을 살피고 있다.


2일 동해시 망상동 석두골.

지난달 4일 시경계인 강릉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광풍의 불길을 머금고 밤새 산 능선을 타 넘어 마을을 휩쓸었고 동해안의 넓은 바다 앞까지 태워버렸다.그리고 한달 뒤.불길의 검은 그림자는 매케 한 냄새를 풍기며 그 날의 위력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다.산불이 발생하면서 불길에 휩싸였던 망상 실버타운은 복원을 위해 내·외부 수리공사가 한창이다.마을 어귀에는 120통 가량의 양봉을 하다 이번 화마에 생활 터전을 잃은 박영한(66)씨가 쓰레기 더미가 된 양봉장을 청소한 뒤 새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새로 사온 벌을 살피고 있었다.

박 씨는 “요즘 벌이 꿀을 한창 채집해야 하는 시기여서 벌을 구할 수가 없는데 멀리 경북 평해에 사는 친구에게 겨우 부탁해 30통을 장만했다”며 “불이나 막대한 피해를 입어 막막하지만 이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다시 시작했다”고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박 씨가 벌을 사오긴 했지만 인근 밤나무들이 무성했던 산들이 온통 숯 덩이로 변해 반경 2~3㎞ 내에 꽃들이 필만 한 나무들이 보이지 않아 그것이 더 걱정스러웠다.인근 우사에는 한우 10여 마리가 불길을 겨우 피한 마굿간 안에서 겁먹은 표정을 하고 있다.

한창 일해야 할 봄철.마을은 먹물을 먹은 듯 검은 색으로만 둘러싸여 있고 오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불길을 피해 몸만 빠져나온 이재민 11가구 26명은 코레일 연수원에서 임시 기거하다 일부는 인근 임대 아파트로 이사를 갔지만 4가구는 컨테이너 집이 설치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민들은 “집을 잃은 서러움이 시간이 갈 수록 더하다”며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 망상오토캠핑장이 화마로 시설을 모두 잃은 가운데 최근 해송 벌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망상오토캠핑장이 화마로 시설을 모두 잃은 가운데 최근 해송 벌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국민 관광지 망상오토캠핑 리조트는 더 참혹했다.고속도로와 국도,철길을 건넌 불은 낭만이 가득했던 캠핑장을 삽시간에 불태워 수십 년 된 해송을 베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숙박시설 20동 50실과 부대시설 18동이 전파되고 송림 7㏊가 소실된 리조트에는 해송 5100여 그루가 모조리 베어져 나갔다.간간이 링거를 단 소나무가 눈에 띄었지만 화상을 입은 그 나무가 살지는 미지수다.

5월의 바다는 푸르지만 생존의 빛은 어둡기만 하다. 홍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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