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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칼럼]누군가의 ‘등을 밀어 준 사람’

김상수 논설실장

김상수 ssookim@kado.net 2019년 05월 07일 화요일
엊그제 5일은 제97회 어린이 날이었습니다.두 말할 것도 없이 아이들은 이 나라의 미래입니다.한걸음 더 나아가면 인류의 영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아이들입니다.커가는 아이들이 없으면 미래도 없고 인류의 역사도 머지않아 종언을 고할 것입니다.요즘 아이들이 줄어드는 것을 크게 걱정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마을마다 하나씩 있던 초등학교는 이제 면(面) 단위에 하나정도 남아서 명맥을 잇는다고 합니다.

샘이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나와야 생명이 깃들고 숲이 무성해집니다.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웃음,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모습은 그 사회의 건강성을 재는 척도입니다.어린이 날을 정하고 특별하게 기념하는 것도 아이들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입니다.아이들이 지닌 의미와 가치는 세월이 흐른다고 달라질 수 없습니다.출산율이 떨어지고 아기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더 절실한 문제입니다.

올해도 곳곳에서 다채로운 어린이 날 행사가 펼쳐졌습니다.모처럼 연휴를 맞은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나들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문재인 대통령도 어린이 2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미래의 대한민국 영웅은 바로 어린이 여러분”이라고 한껏 치켜 세웠습니다.초대받은 아이들은 동해안 산불 피해지역 어린이와 소외계층 자녀들로,특별한 대접을 받으며 신나는 하루를 보낸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산불에 놀라고 어려운 형편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지냈을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작은 칭찬과 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절망의 순간에 마음을 고쳐먹을 동기가 되고,시련을 딛고 일어설 용기가 되어줄 것입니다.말 못하는 식물도 음악을 들려주고 잘 돌봐줄 때 무럭무럭 큰다고 합니다.벼는 농부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합니다.

이날만이라도 모든 아이들이 맘껏 웃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이날 경기도 시흥에서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30대 부부가 두 자녀와 함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입니다.부부는 공장과 콜센터에 다니며 생계를 꾸려왔으나 최근 실직했고,빚 5000만 원 때문에 힘들어 했다고 합니다.생활고를 겪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무엇이 이 가정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몰아붙인 것일까 생각하게 됩니다.30대라면 무엇이라도 새로 시작할 수도 있고,어린 두 아이는 대체 불가의 희망이었을 것입니다.눈에 넣어도 아플 수 없는 절대의 존재가 아이들입니다.젊은 가장은 또 그의 아버지에게 어린이 날 찾아뵙겠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마냥 웃음꽃을 피웠어야 할 그날 이 가족의 비극이 서늘하게 어린이 날 이면을 들춰보게 합니다.

하루 종일 TV화면을 채운 아이들의 티 없이 맑고 밝은 모습은 분명 미래의 희망입니다.그러나 그 화면이 잡지 못한 사각지대의 아이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2017년 말 현재 보육원 등으로 보호 조치되는 아동이 4100명에 이르는데,전체 아동의 0.05%에 해당한다고 합니다.부모와 보호자의 울타리는 고사하고 학대와 방임 속에 가정의 품을 떠나고 있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 고창영 시인이 보내준 다섯 번째 시집 ‘등을 밀어준 사람’을 읽었습니다.“그것은 손끝이었네/손가락 끝/사알짝/댄듯 만듯//무너지듯 주저앉아/아이처럼/서럽게 울고 싶던/숨막히는 오르막길//그 산을 넘은 힘은/누군가의 손끝이었네/고요히 등 뒤에서/살짝만 밀어주던”포기하고 싶던 ‘산티아고 오르막길에서’ 그를 지켜준 것은 ‘고요히’ ‘살짝만’ 등을 밀어주던 손끝이었다고 합니다.누군가의 ‘등을 밀어준 사람’이 돼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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