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팔순 노인과 사십 살 먹은 늙은 소의 아름다운 동행을 그린 다큐 영화 ‘워낭소리’가 다큐 영화 최초로 관객 290만 명이 넘는 등 인기를 끌었다.이 영화에서 할아버지는 소를 위해 꼴을 베고 쇠죽을 끌어주는 등 가족처럼 대한다.소는 논밭을 갈고 물건을 옮기는 등 집안을 거의 다하는 일꾼이다.우리나라에서 소는 가족의 일원으로 간주했다.매년 정월 첫 축일(丑日)은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평소보다 배불리 먹였다.

농사가 기계로 대체되면서 소의 용도가 달라졌다.고기용으로 만 취급했다.소의 수명은 15∼20년이지만 좋은 등급을 받으려고 수소는 거세하고 30개월,늦어도 36개월이면 도축한다.영화 워낭소리처럼 자연사하는 소는 없다.외양간은 축사로,여물은 사료로 대체됐다.소가 가족의 일원이라는 인식도 없어지고 비싸게 파는 상품으로 변했다.

예전의 소는 이름이 없었다.기껏해야 누렁이가 전부였고,자녀 결혼 등 집안 일이 생겨야 팔았다.지금은 상품으로 팔려니 소에 이름을 붙였다.한우라는 말이 생겨났다.엄밀히 말하면 한우는 사람과 동물에 붙이는 이름이 아니라 상품에 붙이는 브랜드다.한우 브랜드에 따라 판매 가격이 달라진다.국내 한우 브랜드는 200여 개가 넘는데,그 중에서 횡성한우가 최고의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횡성한우 명칭을 둘러싼 내분이 격해지고 있다.횡성군은 횡성한우를,횡성축협은 횡성축협 한우라는 별도의 브랜드 사용이 갈등의 원인이다.횡성축협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달 30일 횡성 문화재단 주최 ‘횡성한우 축제 발전 공청회’를 무산시키고 군청을 항의 방문해 횡성축협 한우의 횡성한우 축제 참여 보장을 요구했다.횡성군은 “횡성축협 한우가 아닌 횡성한우 브랜드를 사용하면 참여할 수 있다”라고 했다.횡성한우 브랜드 통합에 대한 목소리는 높지만 합의는 멀어 보인다.

이번 갈등은 소를 비싸게 팔려는 사람들의 욕심이 들어있다.소는 정작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소를 오로지 상품으로 여기는 현실이 서글프다.외양간에서 들려오는 워낭소리가 그립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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