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선 전 춘천 석사초 교장

김학선 전 춘천 석사초 교장
김학선 전 춘천 석사초 교장
어려서 친구들과 잘 놀다가 무엇이 틀어졌는지 싸움이 되어 치고,박고,서로잡고,뒹굴기까지 하다,어른들에게 잡혀 야단을 맞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회초리를 들고 바지 올리라는 역정을 내셨다.말 한마디 못하고 종아리에 시퍼런 줄이 생기도록 매를 맞고 책상머리에 앉아 졸다보니 어느새 어머님이 내 종아리 매 자국에 침을 바르시며 눈시울을 붉히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어머니께서는 내 멍든 종아리를 문지르시며 “시골에 사는 선비가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해 어사화를 꽂고 고향으로 내려와 부모님계신 집도,가르침을 주신 스승님이계시던 서당도 아닌 동구 밖에 있는 상전(뽕나무 밭)으로 가더니 잘 자란 뽕나무 앞에 서서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큰절을 올렸다.이에 어찌 부모님도,스승님도 아닌 뽕나무에 제일 먼저 큰절을 하느냐고 했더니 장원급제한 그 청년 하는 말이 ‘내가 공부하다 졸거나 정신을 못 차릴 때면 이 뽕나무 가지로 만든 회초리가 정신차리게 해 줘서 이렇게 장원급제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2018년 1월 서 모 검사에 의해 검찰내부의 성추문에서 시작되었다는 우리나라 미투 운동.가부장적인 관념 속에서 묵인돼 온 성 차별의 못된 관행,남성들의 전형적인 권력에 의한 갑질과 수직적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자행되던 행위가 성폭력으로 여겨 이제는 귀여운 아기들 보고도 사랑스럽다고 쓰다듬지도,볼을 매만지며 예쁘다는 소리도 못 내고,학교에서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 지도를 위한 상벌 행위도 하기 어렵다는 볼멘 소리가 인간관계의 질서마저 흩트려 놓고 있지 않은가?

최근 동아출판사가 출판한 중학교 3학년 사회2 교과서에 “부모가 설거지를 딸에게만 시키거나,자녀 이메일을 열어보면 인권위원회에 신고하라”고 하면서 신고하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에 한 학부모단체가 “부모의 가정교육을 인권침해로 규정했다”며 법원에 교과서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민족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효(孝)는 부모와 자녀간의 도덕적 관계를 규정하는 가치이고 규범인데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부모가 증가해 부모 부양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자녀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 부모와 자식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라세워야 한단 말인가?성관계나 임신,출산에 대한 학생 지도도 문제시하는 ‘학생 인권조례’가 나오더니 이젠 인권을 들먹이며 부모와 자식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라 세우겠다는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어쩌자는 것인가?귀여운 아기를 보고 예쁘다 소리도 못하고,부모 자식 간에 해야 할 말도 해서는 안 된다면 가정교육은 어떻게 하고,학교교육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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