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아프리카돼지열병 긴장감 감도는 접경지 양돈농가
치사율 100%, 유입땐 산업 초토화
축산당국 “아직 할수있는 일 없어”

▲ 중국 양돈농가를 초토화시킨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7일 접경지역인 화천의 한 양돈 축사에서 홍순규(50)씨가 어미돼지를 쓰다듬고 있다.
▲ 중국 양돈농가를 초토화시킨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7일 접경지역인 화천의 한 양돈 축사에서 홍순규(50)씨가 어미돼지를 쓰다듬고 있다.


“중국을 초토화시킨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지금 접경지역 양돈농가들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7일 본지 취재 진이 찾은 화천의 한 양돈농장에는 갓 새끼를 낳은 모돈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중국,몽골,베트남,캄보디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이 발생,북한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실시되자 접경지역 양돈농가들은 외부인의 방문을 극도로 꺼렸다.인기척에 농장 입구까지 마중나온 농장주 홍순규(50)씨가 소독실을 꼭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화천으로 귀농한 홍씨는 3년째 돼지 1000여마리를 키우고 있다.계절마다 유행하는 질병은 늘 존재하지만 지난해부터 아시아 곳곳에서 유행하고 있는 ASF는 양돈농가에 구제역보다 더한 공포감을 준다.홍씨는 “구제역은 국가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ASF는 국내에 발생한 적이 없어 더 두렵다”며 어미돼지의 등을 쓸었다.

ASF는 치사율이 100%에 이르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국내에 유입되면 양돈산업이 붕괴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주요 감염경로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멧돼지와 접촉 및 잔반 급여 과정에서 돼지가 감염된 고기를 먹는 경우다.사람이 먹던 소시지,순대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277개 농가에서 돼지 51만6753마리를 사육하고 있다.특히 북한과 인접한 접경지역에는 군부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받아 돼지에게 먹이는 양돈농가 31곳이 있어 감염 위험성이 높다.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지난 2월 평양 인근에서 ASF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중이다.도는 “외국인근로자 등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농가는 “외국인근로자에게 나눠주는 홍보물조차도 생산자단체에서 외국어로 만들어 배포한 것”이라며 “축산당국이 사실상 손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질적 대책없이 개인농가의 책임으로 전가해 더욱 양돈농가는 속이 탄다.농협 강원본부 축산사업단 관계자는 “질병 발생 전에는 교육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밝혀 사실상 ‘무대책이 대책’이 됐다.배상건 대한한돈협회 횡성지부장은 “해외식료품 가게 등을 통해 이미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이 있는 만큼 철저히 안전성 여부를 따지는 방역대책이 수반돼야 한다”며 실질적인 예방책 마련을 촉구했다. 권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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