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새 가운데 까마귀와 까치는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본다.당장이라도 볼 수 있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아마도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는 새일 것이다.까마귀와 까치는 얼핏 보면 그 생김새가 아주 비슷하다.그러나 대체로 그 상징성이 정반대라는 점이 흥미롭다.아침에 울면 반가운 소식이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까치는 길조(吉鳥)다.반면 까마귀는 주로 부정적인 상징으로 쓰이는 흉조(凶鳥)다.

까마귀는 울음소리가 음산하고 시체를 뜯는 습성이 있어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무슨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닐 것이지만,까마귀 소리를 들으면 일단 재수가 없는 것으로 치는 것 같다.지레 불길한 일이 생길 것이라 여기고 찜찜한 마음에 사로잡히곤 한다.까마귀와 까치는 이렇게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까막까치’라고 한데 묶어서 부를 만큼 가깝지만 그 의미는 극과 극인 것이다.

까마귀의 본성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까마귀가 어진 속성을 지녔다고 해서 다른 말로는 자오(慈烏)라고도 하고 자신을 키워 준 어미의 은혜를 잊지 않고 반드시 되갚는다고 해서 반포조(反哺鳥)라 부르기도 한다.까마귀는 새끼가 알에서 깨면 60일 동안 먹이를 물어다 정성을 쏟아 키운다고 한다.이렇게 자란 까마귀는 그 반대로 60일 동안 먹이를 구해 어미를 정성을 다해 봉양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까마귀에 얽힌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진(晉) 나라 이밀(李密)이라는 관리가 있었다.무제(武帝)가 관직을 높여 쓰려고 했으나 그는 연로한 할머니를 봉양해야 한다며 극구 사양했다고 한다.이를 불경스럽게 받아들인 무제가 크게 화를 내자 그는 “까마귀가 어미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돌아가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봉양하게 해 달라(烏鳥私情 願乞終養)”고 간청했다는 것이다.

까마귀도 이렇게 어미가 새끼를 아끼고,그 새끼가 어미를 봉양한다.이것이 무릇 생명을 가진 것의 도리가 아닐까.도리 이전의 본능이자 속성일 것이다.세상이 각박해지고 부모자식 사이도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한다.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그러나 어찌 사람의 효성이 까마귀에 못 미치랴.오늘이 어버이 날이다.늦기 전에 전화라도 한 통 드리면 좋겠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