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미군부대가 떠난 캠프페이지가 메밀밭으로 변할 것이라고 한다.‘뽕나무 밭이 변해 바다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이른다.미군부대가 메밀밭으로 바뀌는 것이야말로 예전에는 미쳐 떠올리기 어려웠던 장면일 것이다.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바다를 이루고 흐뭇하게 메밀꽃이 만개한 풍경을 본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춘천시는 지난 달 캠프페이지 부지 1만여 평에 이미 메밀 파종을 마쳤고 다음 달쯤이면 메밀꽃이 한창일 것이라고 한다.때 마침 이곳에선 6월11일부터 16일까지 2019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가 열려 시민들이나 외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막국수와 닭갈비는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나라 안팎에 널리 알려져 있고,춘천을 인식하는 코드처럼 돼 있다.

메밀은 춘천의 대표음식 막국수의 주원료가 되는 작물이다.드넓은 캠프페이지 공터에 소금을 뿌려 놓은 듯 눈이 부신 메밀꽃이 만발하고 그 가운데 축제가 펼쳐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춘천시도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이런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출 것이라고 한다.원두막과 솟대,장승,허수아비를 세우고 포토 존도 설치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메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생육기간도 2~3개월로 짧은 편이다.자갈밭에 뿌려놓아도 잘 자랄 만큼 환경에 잘 적응하고 생존력이 뛰어나다.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은 작물이 바로 메밀이다.열매는 막국수와 같은 음식의 재료로 쓰이는데 단백질과 비타민 함량이 많아 건강식품으로 꼽힌다.잎과 싹은 채소로 먹기도 하고 섬유소가 많고 루틴(rutin)성분을 함유 혈압강하제 효능도 있다고 한다.

메밀하면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과 작품 무대가 된 평창이 얼른 떠오른다.꼭 그래야하는 건 아니지만 춘천은 막국수의 고장이면서 메밀로 연상되지는 않는다.캠프페이지 메밀밭이 그런 인식과 정서의 간극을 좀 메울지 모르겠다.오뉴월의 메밀밭이 탁트인 캠프페이지를 더 넓게 만들어 줄 것이다.뭔가 채우는 것으로는 도저히 줄 수 없는 그 ‘흐뭇함’을 시민과 방문객에게 선사하게 되길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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