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빼기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모더니즘 시의 선구자로 불리는 정지용(1902~1950)시인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향수’의 일부분이다.1927년 ‘조선지광(朝鮮之光)’ 3월호에 발표된 이 시는 인간의 공통된 정서인 향수를 한가로운 고향의 정경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향수’는 대중 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가 함께 노래를 불러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충북 옥천에서 한약상을 하던 부모 사이에서 4대 독자로 태어난 정 시인은 일제시대 조선문학가동맹 아동문학분과 위원장을 맡기도 했지만 활동은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1942년 대동아전쟁 이후부터는 아예 붓을 꺾고 글을 쓰지 않았다.6·25때 서울에 머물고 있던 정 시인은 정치보위부에 구금되었다가 인민군이 후퇴하면서 북으로 끌려갔으며 평양 감옥에 수감되었다는 설이 있다.‘폭격으로 사망했다’는 풍문이 있지만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월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가 1988년 정 시인을 해금시키자 고향인 옥천지역 문인들을 중심으로 ‘정지용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리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시작된 ‘지용제’가 올해로 32회째를 맞았다.문학축제로 시작된 ‘지용제’는 관광콘텐츠를 접목시켜 현재는 지역경기를 살리는 관광축제로 확대됐다.특히 정 시인의 생가를 중심으로 골목을 활용한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에게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춘천의 대표적 문인으로는 정 시인이 활동했던 문단작가 모임인 ‘구인회’의 같은 멤버였던 김유정을 꼽을 수 있다.전국 유일의 ‘인명역(驛)’인 ‘김유정역’이 있고, 김유정을 기리는 문학촌에서는 매년 가을에 ‘김유정 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지난해에는 실레마을 이야기 잔치와 통합해 열리기도 했는데 김유정의 명성에 비해 덜알려져 아쉬움을 주고 있다.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김유정을 더욱 알리고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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