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고학력자와 기술자를 우대하는 ‘능력’(merit) 기반의 새로운 이민정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이민정책이 ‘세계의 부러움을 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와 입법화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강력한 미국을 위한 이민제도 현대화’를 주제로 연설하며 고학력 근로자에게 혜택을 주는 능력 기반 이민정책 계획을 발표했다.

새 이민정책의 골자는 가족 초청을 우선시하는 현 제도에서 탈피해, 학력과 기술 수준이 높은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얻은 이민자가 가족 재결합을 위해 부모와 자녀, 형제 등 가족 구성원을 초청하는 가족이민에 대해 ‘연쇄 이민’을 초래하고 미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를 잠식할 뿐 아니라 국가안보를 저해한다고 주장해왔다.

국토안보부 자료에 따르면 2007~2016년 영주권 발급자 중 가족이민은 약 60%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도 영주권 발급 건수를 유지하되, 가족이민을 축소할 방침이다. 그 대신 고숙련 근로자 중심인 취업이민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희망자의 나이와 영어 능력, 취업 제의 여부 등을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학생과 전문가, 기술자들에게 더 많은 영주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대표적인 ‘반(反)이민’ 정책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도 새 이민정책에 포함됐다.

이번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강경 이민정책을 주도하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의 이민제도는 대부분의 영주권이 낮은 임금을 받는 저숙련자들에게 주어지고 있다”며 “미국 이민법은 천재에 대한 차별이며 재능에 대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제안은 친(親)미국, 친이민, 친근로자적이고 아주 상식적인 것”이라며 “공정하고 현대적이며 합법적인 이민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 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연설에서 “밀러가 들어 있으면 그것은 확실한 실패”라며 이민 강경론자인 밀러 고문이 주도한 이민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민주) 하원의장은 기자들에게 “가족은 미국에 대한 기여가 없다는 말인가, 우리 역사에서 미국에 온 사람들 대부분은 공학 학위가 없는데, 기여가 없다는 말인가”라며 반발했다.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은 이 계획을 ‘쿠슈너 법안’이라고 지칭하며 “이민의 또 다른 측면을 다루지 않고서는 이것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 이민제도 발표는 의회 입법을 거쳐 시행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지지층을 결속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오늘날 민주당과 우리는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며 “민주당은 국경 개방, 낮은 임금, 그리고 솔직히는 무법적인 혼란을 제안하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어 “내년 11월 선거에서 대통령직과 상원을 유지하고 하원을 되찾아, 선거 직후에 인준을 받겠다”며 “강하고 공정하며 미국 친화적인 이민정책은 우리가 승리하게 될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언론은 그러나 새 이민정책이 380만 명에 달하는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프로그램 수혜자, 1천100만으로 추산되는 불법 이민자, 30만 명 이상인 임시보호지위(TPS) 대상자 등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이민문제는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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