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 공여를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조만간 기금 집행을 위한 내부 절차에 돌입한다.

19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통일부는 조만간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와 협의를 통해 800만 달러 관련 구체적 인도지원 사업계획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 등 국제기구 대북지원 사업에 자금(800만불) 공여를 추진하기로 했다.

800만 달러는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이하 교추협)을 열고 공여를 결정하고도 여태껏 집행하지 못한 남북협력기금으로, 이번에 지원이 재추진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달라진 환경 등을 고려하면 WFP와 유니세프의 사업계획에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어 이들 기구와 우선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협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단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기금 집행을 위한 내부 행정절차에도 본격 돌입하게 된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지출하려면 남북협력기금관리심의위원회(이하 기심위)를 거쳐 교추협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심위는 규정상 경우에 따라 생략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생략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심위 이후 열리는 교추협은 관계부처 차관 또는 차관급 공무원을 비롯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로, 기심위부터 교추협 의결까지는 최소 2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추협 의결이 마무리되면 기금은 국제기구로 곧바로 송금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순수 행정처리에 걸리는 최소 기간으로, WFP·유니세프와의 협의와 교추협 의결 전 통상 이뤄진 국회 보고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실제 집행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기금의 실제 집행 시기 관련 질문에 “정부가 시급성을 감안해서 조속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의 시기와 규모, 방법에 대한 논의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17일 NSC 회의 결과를 전하며 “대북 식량 지원은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국제기구(WFP)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800만 달러 공여 방침과는 별개로 향후 WFP를 통한 간접 식량지원과 정부의 직접지원 방안 모두 염두에 두고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 주로 영유아와 임산부 등 제한된 대상에게 영양식 등 가공된 식품을 제공하는 만큼 현재의 북한의 식량부족 상황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로 쌀 등을 광범위한 대상에게 지원해야만 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실장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방안에 관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조만간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의 구체적 계획을 국민 여러분께 밝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주 민간단체와 종교계, 전문가 등을 잇달아 만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내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통일교육위원협의회 간담회와 김희중 가톨릭 대주교 면담 등을 추가로 갖고 대북 식량 지원 관련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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