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그 장난감 파실래요.”1932년 사업에 실패한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 얀센(1891∼1958)이 텅 빈 목공소에 앉아 소일거리로 장난감을 깎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한 아이가 와서 이렇게 말했다.심심풀이로 만들던 장난감이 잘 팔리자 회사를 차려 ‘재미있게 놀자’라는 뜻의 덴마크어(leg goet)를 줄여 LEGO로 정했다.레고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레고의 성공신화는 세 번째 화재였다.나무 장난감이 모두 불에 타자 올레의 아들 고트 프레드는 플라스틱으로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블록 접합 기술인 레고브릭을 탄생시켰다.끊임없이 새로운 조형물을 만들어 지금까지 4000억 개의 레고브릭을 생산해 전 세계 70여 개 나라 아이들에게 최고의 장난감으로 성장했다.

레고랜드는 레고 작품을 보여주는 정원에서 시작됐다.1968년 덴마크 벌룬에서 세계 최초의 레고랜드를 완공해 첫해 62만 명이 방문하는 대성공을 거뒀다.그 후 1996년 영국 윈저,1999년 미국 칼스배드,2002년 독일 귄츠부르크,2012년 말레이시아 누사자야,2016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2017년 일본 나고야 등에서 개장했다.

춘천 레고랜드는 2011년 9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강원도는 2015년 동아시아 최초의 개장을 목표로 특수 목적법인 LL개발(현 강원 중도개발공사)설립 등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청동기 유물 출토,자금 미확보,시행사 변경 등으로 7년간 표류했다.지난해 말 영국 멀린사가 총사업비 5270억 원 중 4470억 원 투자계획을 밝혀 재개됐다.강원 중도개발공사가 800억 원을 투자한다.

그러나 멀린사에 100년 무상 임대,수익률 배분 등을 둘러싸고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익감사를 요청하는 등 불협화음이 일었다.최근엔 착공 지연과 시공사 선정 문제가 얽혀 있고 환경부의 15층 호텔 건립 반대 등 곳곳이 암초로 가득하다.멀린사는 2021년 7월 개장한다고 발표했으나 믿음이 가지 않는다.강원도의 낙관적 전망이 더 큰 문제다.좀 더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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