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인 논설위원

진종인 논설위원
진종인 논설위원
노무현 정부때인 2005년 실시된 혁신도시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자치단체들의 유치전이 치열했다.권력과 돈이 서울로 몰리면서 먹고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지방에서는 ‘사활을 걸었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혁신도시 유치에 올인했다.강원도에서는 춘천,원주,강릉 등 ‘빅3’를 비롯해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개 시군이 강원도에 혁신도시 유치 신청서를 제출할 정도로 과잉 경쟁을 벌였다.유치전이 과열되면서 혁신도시선정위원회의 위원 전원을 교체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유치과정이 치열했던 만큼 대상지가 선정된 이후 상황은 더 심각했다.원주가 혁신도시 예정지로 선정되면서 다른 후보지역에서는 ‘분도론(分道論)’까지 들고 나오며 거세게 항의했다.춘천과 강릉에서는 대규모 시민궐기대회가 잇따라 열렸고 김진선 전 지사의 퇴진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도민들의 민심이 갈기갈기 찢겨졌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해 9월 “수도권에 있는 122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제2 혁신도시 유치 경쟁’이 조기 점화하는 모양새다.강릉시는 동·서 균형발전과 함께 동해안 발전의 전기를 마련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도내 처음으로 제2 혁신도시 유치를 위한 전담 테스크포스팀과 혁신도시 유치 범시민위원회를 구성했고,춘천시와 민주당 소속 광역·기초의원들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2혁신도시 유치를 위한 범시민운동기구를 제안했다.공공기관 이전을 주도하는 정부가 이전 시기나 대상지는 커녕 이전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내 일부도시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혁신도시 유치경쟁’의 재판(再版) 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송재호 위원장은 지난 4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은 (반드시)이전해야 하지만 공공기관의 1차 이전 성과를 평가한 후 수선할 것은 없는지,추가이전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국토연구원에서 이와 관련된 용역을 수행중인데 10월에 용역 결과를 보고 정책판단을 하겠지만 공공기관 추가이전은 총선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면서 “혁신도시내에 추가 이전할 것인지,아니면 다른 곳으로 정할 지는 ‘제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기관 추가이전의 방향성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송 위원장이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2차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10개 혁신도시가 아니라 신도심과 혁신도시 건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도시의 구도심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는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서울과 경쟁할 수 있는 지방의 대도시 육성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강원도는 대상지역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 추가이전은 내년 총선에서 최대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때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22곳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약을 내놓는 것을 당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공약으로 제시되면 정치력이 약한 강원도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관련된 정부나 여당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도내 자치단체들끼리 공공기관 유치 경쟁을 벌인다면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우리끼리 떡달라고 싸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지금이라도 추가 공공기관 이전의 1차 조정기관인 강원도가 나서 후보 도시들과 협의하면서 이전 명분을 만들고 주장해야 한다.중재자 없이 후보도시들의 유치경쟁이 격화되면 소모적인 대결로 인해 지역발전은 커녕 지역의 퇴조를 가져올게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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