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결렬·교착 北책임 부각…“실험 없어” 강조하며 미사일 언급은 안해
하노이 회담상황 정확히 반영한 발언인지 불분명…압박용 과장 가능성도

▲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2.28
▲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2019.2.2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시설을 ‘5곳’으로 콕 집어 발언하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내놓은 핵시설 해체 범위가 미국의 요구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5곳이라는 구체적 숫자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협상 결렬과 교착이 북한의 책임이라는 점을 부각해 북미 간 긴장이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그는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된 이란과의 긴장 고조에 대해 발언하다가 불쑥 북한 얘기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을 떠날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왜냐하면 그는 (핵시설) 1∼2곳(site)을 없애길 원했다. 그렇지만 그는 5곳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나머지 3곳은 어쩔 것이냐’고 했다. ‘그건 좋지 않다. 합의를 하려면 진짜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핵시설 5곳의 해체를 압박하고 북한이 영변과 풍계리 등 기존의 알려진 핵시설 해체만 고집하면서 결렬에 이르렀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수치를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거론한 데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북미 간 협상 교착 상황의 책임을 북한에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핵시설 5곳의 해체를 요구하며 비핵화에 큰 걸음을 내디디라고 압박했으나 김 위원장이 소극적으로 나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런 탓에 이후 논의도 지지부진함을 부각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이란과 중국, 베네수엘라 등 여러 전선을 펼쳐놓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북한이 자신의 재선가도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인터뷰에서 ‘실험은 없었다(no test)’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 발사를 고려했는지 ‘미사일 시험발사’라고 똑 부러지게 언급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핵실험도, 미사일 시험발사도 중단했다며 이를 치적으로 강조하던 예전 발언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5곳’ 발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의 협상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북 압박 차원에서 과장이 섞인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안 관련 공개 발언에서 잘못된 수치를 거론하는 일이 잦다. 단순한 착오일 수도 있지만 주장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해서 발언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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