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농업용수 모자랄까봐
마음껏 제대로 씻지도 못해
가뭄 지속 농작물 말라가

“밥 지을 물도 귀해요.갈 수록 물 먹기가 힘드네요…”

비 소식이 장기간 끊기면서 물부족을 호소하는 도내 산골마을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23일 오후 4시쯤 춘천 서면 당림1리의 한 마을.6600여㎡(2000평) 규모의 밭에서 옥수수와 들깨,고구마 등 농작물을 손수 기르고 있는 이종옥(86)씨는 최근 농사일을 마치고 오면 자연스레 수도꼭지를 틀고 물을 받을 준비를 한다.이른 봄가뭄에 마을 간이 상수도의 수원이 모자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마을 자체적으로 급수제한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매년 봄,여름 춘천지역의 대표적인 가뭄지역이지만 올들어서는 유난히 이른 봄가뭄과 무더위에 식수난까지 겹치면서 일상생활이 마비될 지경이다.마을 위쪽에는 5t 규모의 마을 공용 물탱크가 있지만 110가구 정도가 거주하는 해당 마을 주민들이 이틀 정도 사용하면 동이 날 정도다.이씨는 “요즘 날이 더워서 밭일을 마치고 들어오면 땀범벅이 돼 목욕을 해야하는데 급수제한 때문에 바가지로 등목 한번 하고 세수하는 것이 전부”라며 “물을 많이 사용하면 밥 지을 물과 화장실 물이 없기 때문에 씻는 물이라도 최대한 아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가뭄으로 인한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작물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마른 날씨로 밭작물을 중심으로 가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참깨,마늘 등의 농사를 짓는 장하영(74)씨는 “5월 중순이면 파종한 참깨가 발아해야 하는데 가뭄으로 발아시기가 늦어지고 마늘 역시 잎파리가 말라가고 있다”며 “물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도내 주요 저수지 저수율이 23일 현재 전국 평균 77.5% 보다 크게 낮은 63.6%로 뚝 떨어진 데다 일부 마을에서는 지하수까지 마르면서 생활용수 지원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올들어 지난 22일까지 산간마을 중심으로 92건,254t의 급수지원을 실시했다. 이종재·윤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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