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경

시계태엽의 성긴 사랑이 풀린다

칠면조 깃털을 꽂은 모자들

경적을 높이며 몰려드는 자동차

샴페인이 흐르는 분수

길 잃은 별자리 하나 창가를 서성인다

바다 수면으로 하나 둘 떠오르는 퍼즐 조각

정지해 있던 시간이 초록광선을 타고 바다를 건넌다

빛을 먹고 자란 사랑의 크기가

손에 잡힐 듯,잡힌 듯



꼬리를 문 색색의 드레스와 연미복이 마주선다

공기 중에 떠도는 말들은 코브라의 혀

귀에 걸린 당나귀 한 마리가 눈을 껌벅인다

나른한 눈빛들이 스쳐가고

푸른 피를 위장한 분홍 슈트는 파랗게 질린다

불빛은 자정을 넘기고

주술이 빚은 하얀 성

전갈자리에 걸린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