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공직사회, 달라진 분위기
예정 없던 번개회식 기피·불참
민원인과 마찰 못참고 윗선 항의
강압적 위계질서 탈피 움직임


“준용(準用)이 무슨 말이죠?”,“과장님이 직접 한 번 해보시죠”

도내 자치단체에 젊은 공무원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강원도 공직사회 분위기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행정시책 아이디어 발굴회의나 업무홍보 등 고유 업무에서부터 직원간 상하관계 설정과 회식문화까지 전방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퇴근 무렵 “오늘 한 잔 하자”는 과장·계장 말에 9급 직원까지 우르르 몰려 나가는 풍경은 이제 공직사회에서 낯선 일이 됐다.

도내 한 지자체의 A국장은 최근 국·과장급 회의에서 ‘번개 회식’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A씨는 “부서회식 일정을 미리 잡지않고 당일 통보하면 젊은 친구들은 반기지 않는다”며 “갑작스러운 부서장 호출에 따르던 것은 우리 때 문화”라고 말했다.

B국장은 사사건건 민원인과 마찰을 빚는 부서 막내 주무관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B국장은 “공무원 신분이니 민원인 항의를 꾹 참고 넘기는 것은 요즘 신규 직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얘기”라며 “‘민원인 주장이 사실과 다른데 왜 내가 참느냐’고 도리어 윗선에 따지니 난감할 때가 많다”고 했다.A지자체의 한 간부공무원은 “업무진도가 나가지 않아 재차 지시했더니 ‘과장님이 해주시면 안되냐’는 식으로 얘기하더라”라며 “상하관계도 희미해지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오래된 행정용어나 한자 등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직원들이 많다보니 단순 업무도 원활치 않은 경우들도 나온다.이는 도청보다 일선 시·군에서 더 뚜렷하다.지난 2013년부터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행정학 등이 직렬별 필수과목에서 제외된 탓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초 지자체의 C과장은 최근 ‘준용(準用)’의 뜻을 모르는 직원을 보고 속으로 놀랐다고 털어놨다.“한자교육 세대가 아니다보니 행정용어를 헷갈려 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24년차인 도청의 E 사무관은 “젊은 직원들의 일처리가 빠르지만 자기 일이 아니면 냉정하리만큼 선을 그어 서운할때도 많다”며 “예전에는 당연했던 회식 ‘잔돌리기’도 대놓고 거부해 민망했다”고 했다.반면 올해 5년차인 도청의 한 직원은 “일하는 방식은 나이보다 개인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무엇을 해도 ‘어려서 그래’라는 간부들의 관성적 반응이 유쾌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했다.

윤성보 도총무행정관은 “젊은 직원들이 강압적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수평 조직문화로 바꾸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공직사회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는 자정노력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여진·오세현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