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강원도를 포함한 전국에서 택시업계와 ‘콜밴’이라고 불리는 밴형 화물자동차 업계와의 ‘영역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졌다.주로 ‘카니발’을 이용한 6인승 밴형차량이 택시와 유사한 영업을 하자 택시업계가 “콜밴의 불법 영업행위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해 여러 규제조치가 신설됐다.건설교통부가 콜밴에 실리는 화물의 크기와 무게까지 일일이 규정하고 화물없이 손님만 태울경우 2년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이하의 벌금을 물게 하는 등 강력하게 단속하면서 택시업계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올해초에는 택시업계와 카풀서비스 업계가 격하게 대립하다 지난 3월 7일 4개 택시 단체, 카카오 모빌리티,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부가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제한적 카풀 허용△규제혁신형 플랫폼택시 상반기 도입△법인택시기사 월급제 시행△초고령 개인택시 감차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안을 극적으로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차량공유서비스인 ‘타다’와 택시업계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개인택시 기사가 분신하는 비극까지 발생하자 강릉출신의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타다’의 모회사인 승차공유서비스업체 ‘쏘카’ 이재웅 대표가 설전을 벌였다.이 대표가 SNS에 올린 글에서 “세상의 변화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타다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자 최 위원장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며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걷기를 바란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이 대표는 “출마하시려나”면서 비꼬는 듯한 말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현행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한국만 승차공유 서비스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지금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피할수 없이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극소수의 승자와 절대 다수의 피해자가 아닌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규칙과 질서를 만드는데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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