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100년을 못 사는 인생 천 년을 걱정한다”는 말을 한다.그만큼 백 년이라는 시간은 인간수명의 한계선처럼 여겨져 왔던 셈이다.그러나 이 금단의 선이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어쩌면 그 견고해 보이던 둑이 이미 터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예전 같으면 70세면 고희(古希)의 나이인데 요즘 농촌에선 노인 축에도 못 낀다고 한다.경로당이나 마을회관 같은데 가면 잔심부름을 해야 할 군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수명의 길고 짧음이 아니라 늘어난 삶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해 진 것이다.

철학자이자 대표적인 원로인 김형석 교수는 100세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그는 올해 100세를 맞았지만 여전히 강연을 하고 칼럼을 쓰며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최근 한 문예지와의 인터뷰에서 “60세만 넘으면 늙었다고 하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일갈했다고 한다.그는 60세에서 90세까지가 가장 소중한 시기이며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60대 이상 세대가 책을 많이 읽어 사회가 풍요로워지게 해야 한다는 처방까지 내놨다.

일본에서 100세 시대의 전형을 보여준 인물로 히노라하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가 꼽힌다.그는 2017년 105세로 사망하기까지 진료와 강의,사회봉사를 멈추지 않았다.그리고 둘째아들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한다.건강하게 살다가 가족 곁에서 삶을 마치는 것은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2010년 방한한 그는 “젊어지고 싶으면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라”며 소식다동(小食多動) 건강법을 소개하기도 했다.65세로 돼 있는 노인의 기준을 75세까지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최근 한국갤럽이 발표한 ‘노인과 젊은이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젊은 편에 속했다.글로벌 조사네트워크 ‘WIN’이 세계 41개국 성인 3만189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데 우리나라는 늙었다고 느끼는 나이가 60세로 조사됐다.세계 평균 55세보다 5세가 많았고 8번째로 높았다.이탈리아와 핀란드가 70세로 가장 높았고 중국과 일본이 44세와 47세로 하위권이었다.우리나라는 높은 편이라지만 수명 연장에는 못미치지는 것 같다.백세 시대 생각의 나이가 더 젊어져야할 것 같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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