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은 6·25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장소가 많은 곳이다.최근 유해발굴을 하는 화살머리 고지를 비롯해 백마고지,김일성고지,아이스크림고지,낙타봉 등 여러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남북은 물론 중공군과 미군,프랑스군 등이 엉켜 전투를 벌였다.김일성 고지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김일성이 드넓은 철원평야를 차지하지 못하자 며칠간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는 전설같은 얘기가 전해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안보를 체험할 수 있는 둘레길인 ‘철원 DMZ 평화의 길’이 지난 1일부터 민간에 개방됐다.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1주년에 맞춰 ‘고성 DMZ 평화의 길’이 개방된데 이어 두번째인 ‘철원 DMZ 평화의 길’은 백마고지 전적비∼백마고지 조망대∼공작새능선 조망대∼화살머리고지 조망대∼통문∼비상주 GP(감시초소)∼통문을 거쳐 출발지점인 백마고지 전적비로 돌아오는 코스로 도보 구간 3.5㎞를 포함해 총 15㎞로 둘러보는 데 3시간쯤 걸린다.

평화의 길 시작점인 백마고지는 1952년 10월 국군 9사단과 중공군 3개 사단이 맞붙어 10일간 12차례나 주인이 바뀐 중부전선의 군사 요충지다.영화 ‘고지전’의 모델이기도 한 백마고지 전투에서는 28만여 발의 포탄이 쏟아졌고 백병전 등으로 1만5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이같은 격전으로 수목이 다 사라지면서 헐벗은 산의 형상이 누운 백마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백마고지 조망대에서 남방한계선을 따라 걷다보면 공작새능선 조망대에 다다르는데 철책선 너머로 남북을 오가며 흐르는 역곡천과 아직도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고지들을 볼 수 있고 태극기와 유엔기가 나부끼고 있는 화살머리 고지 GP에서 군사분계선 너머 인공기가 선명하게 보이는 북한군 GP를 바라보면 분단의 아련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DMZ 평화의 길을 체험하기 전에 철원이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다는 내용을 알고가면 아름다운 풍경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다만 신청을 통해 어렵사리 기회를 얻게되면 꼭 가야한다.‘노쇼(No-Show)’를 하게되면 다른 사람의 ‘보고싶은 권리’마저 빼앗기 때문이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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