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교수의 도시건축기행]3.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
잉카제국 문화 집약체 마추픽추
정교한 석조건축·의술 등 우수
계급사회 문제 등 서서히 쇠약
외부 침략에 대처 못하고 멸망

▲ 잉카의 상징과도 같은 성곽도시 마추픽추.
▲ 잉카의 상징과도 같은 성곽도시 마추픽추.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부엌은 다양한 요소와 매우 넓은 공간을 포함하고 있다.우물이 있고 장독대와 약간의 음식을 보관하는 찬장이 있고 아궁이와 가마솥이 있다.이러한 부엌공간은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불과 수십년 만에 많은 것이 발전하고 변화됐다.우물은 수도로,장독대와 찬장은 냉장고로,가마솥과 아궁이는 가스레인지와 보일러로 발전했고,우물과 장독대로 이어진 긴 동선은 불과 3~4m의 짧은 동선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인 발전이 기존문화의 모든 것을 발전으로 이끌지는 못한다.장독대와 가마솥이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로 발전하면서 우리의 발효식품과 습식문화는 인스턴트와 건식문화로 변했다.동네우물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수도라는 기술적 발전으로 이웃 간의 교류장소를 사라지게 했다.이처럼 비약적인 기술 발전은 우리 음식문화를 완전히 변모시켰다.그 중 일부는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기도,퇴화되기도,완전히 사라지기도 했다.새로운 변화와 요구에 적응하지 못하면 많은 시간 동안 우성으로 지내왔던 문화도,열성으로 바뀌거나 퇴화해 없어진다.

역사적으로도 일정기간 동안 정말 신비롭고,뛰어난 문화를 갖고 있다 퇴화해 다른 문화에 녹아들거나,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기고 한다.이 중 대표적으로 사라진 문화중의 하나가 페루 잉카제국의 마추픽추다.잉카제국은 15세기 제9대 황제 파차쿠티 시대에는 인구가 1100만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비록 그 자체 문자가 없어 읽고 쓰지는 못했지만 의학,식물학,석조건축,조각술,수로건설 등 많은 분야에서 월등한 문화를 갖고 있었다.이러한 잉카문명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문화유적인 마추픽추는 마추픽추(늙은 봉우리)와 와이어픽추(젊은 봉우리)라는 두 봉우리 사이에 있는 바위산을 깎아 만든 해발 2280m에 위치한 성곽도시다.우루밤바강으로 둘러 쌓인 협곡지대의 꼭대기에 건설됐고,아침저녁으로 안개가 껴 있어 산자락에서는 그 존재를 알 수 없어 종종 ‘잉카의 잃어버린 도시’‘ 숨겨진 공중도시’라고 불린다.
▲ 마추픽추에서 가장 신성시 되고 중요한 태양의 신전.
▲ 마추픽추에서 가장 신성시 되고 중요한 태양의 신전.


마추픽추 유적은 약 13㎢의 면적에 1200여명이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테라스 형태의 계단식 밭으로 이뤄진 농업지역과 화강암으로 건설된 200여개의 건물이 있는 거주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이 거주지역은 다시 종교구역과 일반구역으로 나뉜다.일반구역은 장방형의 공동마당을 가운데 두고 10채씩 무리로 지어진 2층집들로 좁은 골목으로 연결돼 있다.공동마당에는 커다란 맷돌,연료로 사용하는 라마의 배설물 저장고가 있다.이 도시의 건설이유로 생각되어지는 종교구역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지될 수 있도록 했다.자연석의 거대한 바위를 연마해 그 위에 세워진 반원형의 탑이 있는 태양신전,3개의 성스러운 세계를 나타내는 3개의 창문이 있는 신전과 대신전 그리고 왕의 묘가 주 광장 둘레에 축조돼 있다.
▲ 3개의 창문신전은 3개의 성스러운 세계를 나타낸다.
▲ 3개의 창문신전은 3개의 성스러운 세계를 나타낸다.


또한 이 도시를 운영하기 위해 마추픽추 주변의 봉우리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끌어오기 위해 돌을 이용해 수로를 만들었다.문자와 철기문화 그리고 수레바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돌망치와 사다리,지렛대 등만을 이용해 현대에서도 구현하기 힘든 정교한 석조건축과 농업용수로,도로 등을 건설했고 미라제작술,의술 그리고 식물학의 지식수준까지도 대단했다.또한 산바람을 이용해 감자를 6년간 보관할 수 있는 자연냉장고를 개발하기도 했다.이처럼 엄청난 경쟁력을 갖고 있었던 잉카제국은 신비롭기까지 한 마추픽추를 왜 만들었고,또 이 도시는 갑자기 사라졌을까? 일설에 의하면 잉카제국이 가장 번성했던 시대의 황제 파차쿠티의 명으로 건설됐다고 한다.이 황제는 자신이 잠들 무덤으로써 성전을 건축하고,그곳에 사후에도 생전과 다름없이 자신에게 봉사할 많은 사람들이 살게 한 것으로 보인다.
▲ 높이 3m, 3000개의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는 계단식 밭.
▲ 높이 3m, 3000개의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는 계단식 밭.


그러나 15세기 많은 우수한 능력과 광할한 면적을 지배했던 잉카인들은 읽고 쓰지 못하는 약점과 지배계층을 위한 철저한 계급사회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우리의 우수한 음식문화 중 일부가 기술적인 발전과 현대인의 시간적인 제약에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세상의 변화와 외부 침략에 대처하지 못하고 멸망했다.

21세기 정보의 시대,문화의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차별화된 정신문화는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이러한 경쟁력이 새로운 시대에 잘 적응하고 발전돼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배계층과 리더의 의식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석권 강원대 건축과 교수



건축사사무소에서 17년간 실무경험을 쌓은 후,2006년 강원대 공과대학 건축학과에 임용돼 건축과 도시설계분야에서 연구와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