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은 남북 분단을 고착시켰다.1953년 7월 정전협정에 따라 휴전선(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이 각각 2km에 군사 충돌 방지를 위한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DMZ)를 설정했다.비무장지대(非武裝地帶)에 들어가려면 유엔군 허가를 받아야 하고,어떠한 적대행위를 못한다.그러나 1960년대 초부터 북측이 요새와 진지,철책을 구축하면서 남북한 모두 상시 무장군인을 주둔시키고 상대를 감시하는 초소(GP)를 설치했다.

GP는 대부분 산봉우리에 있는 3중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콘크리트의 대형 벙커시설로 웬만한 대포에도 끄떡없다.북한은 160여 곳,남한은 60여 곳이 있다.비무장은 말뿐이고 소총뿐 아니라 기관총·박격포까지 중무장하고 있다.그동안 수많은 총격전이 발생하는 등 군사 충돌로 남북 긴장 관계를 악화시킨 뇌관이었다.감시초소 근무자를 북한은 민경대(民警隊),남한은 민정 경찰(DMZ Police)로 부른다.

남북 분단의 상징인 GP가 지난해 열린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11월까지 남북이 각각 11개를 철거하고,그중 한곳씩을 보존하기로 합의했다.북측은 2013년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찰했던 양구 까칠봉 GP를 선정했다.이곳을 유적지로 만들어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을 내세우려는 의도로 보인다.남측은 정전협정 체결된 1953년 남쪽 최초로 설치했고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고성 GP를 결정했다.이곳은 금강산,동해안 등과 가까워 향후 남북 평화 활용도가 매우 높다.

고성 GP가 지난 5일 ‘고성 최동북단 감시초소’라는 이름으로 문화재로 등록(제752호)됐다.지난해 철거된 북한 GP와 소총 사거리인 580m에 불과해 휴전선 전체의 남북 GP 중 가장 가깝게 대치했던 냉전 시대의 상징물이었다.이를 ‘남북 평화시대의 전초기지’라는 상징물로 바꾸려는 것이다.그런데 지난 9일 유엔사가 민간인 출입을 전면 통제해 찬바람이 불고 있다.찬바람이 부는 곳은 이곳 만이 아니다.미국·중국 발 한랭전선이 강해지면서 남한 전체를 뒤덮고 있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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