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희 춘천 교동초 교사

▲ 전선희 춘천 교동초 교사
“선생님이다! 얘들아,선생님 왔어!”

1층 입구까지 마중을 나온 아이들을 시작으로 2층 복도 끝 담임선생님의 등장에 두다다다다 교실로 뛰어 들어가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손을 흔드는 아이,달려와 수줍게 안기는 아이,등교 후 목격한 학급 소식을 긴급 브리핑하는 아이까지.짧은시간 동안 수많은 장면이 펼쳐지는 아침은 기운 생동한 8살 아이들을 꼭 닮았다.실은 아침뿐 아니라 매일 하루가 그러하다.1학년 담임을 맡기 전에는 1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상에 나 또한 입학초기 적응이 필요했다.일렁이는 마음에 유독 낯설었던 봄,고학년 아이들을 보며 날마다 생각했다.‘저 아이들은 8살에 어땠을까? 우리 반 아이들과 비슷했을까?’라고 말이다.

1학년 봄은 파란만장했다.입학 이튿날부터 화장실에 너도나도 가고 싶다 하는 인구 대이동이 펼쳐졌다.이렇게나 동시다발적인 상황이라니,말도 안 돼! 그러나 갖가지 당황스러운 일들이 겹겹이,빈번히 일어났다.‘이게 끝이 아니고! 아직도 끝이 아니고!’하며 덧붙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재직 11년 차인데,어찌 이토록 낯설 수가! ‘문화충격’을 느꼈고,혼란스러웠다.매일 시행착오를 겪었고 나의 역량 부족을 탓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고민을 거듭했다.그러다 찾은 전국 1학년 교사 커뮤니티.그곳에서 모색해본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근본적인 해답은 8살 아이들의 주요특징에 대한 이해와 수용에 있었다.발달단계 상 집중시간이 짧고 앉아있기 힘들어 하며,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려는 경향이 크다는 것.갑자기 지나치게 개인적인 경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경청은 어렵고 지금 궁금하면 바로 질문하는 것,선생님의 1대 1 확인과 인정을 바라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라도 무수히 반복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모든 것이 초등 1학년 학생의 일반적인 성향이라는 것이다.‘유치원도 졸업했고 8살인데,왜?’라는 생각에 빠져 아이들에게 ‘틀에 갇힌 적응’을 요구한 것을 반성해야만 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 인정하는 것.관점의 변화는 아이들과의 소통과 관계,교실놀이,학습 및 생활지도에도 소소한 변화를 가져왔다.가끔은 사리가 쌓이는 기분이지만,‘그래 그럴 수 있지’하며 이해의 폭이 조금은 더 넓어졌다.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생각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것,이것이 1학년 아이들과의 파란만장한 일상을 한결 여유 있게 바라보고 따뜻하게 동행할 수 있는 시작점인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1학년 담임 2년 차,오늘 아침도 교실에서 또 되뇌고 되새긴다.‘8살인데,초등학생인데,지금 6월인데! 지금쯤이면‥! 이제는‥!’하는 조급함은 고이 접어두자.그저 아이들처럼 나도 해맑게 “얘들아,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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