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바닷가/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거기 있다.//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바닷가/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마침내 밝히는 여명,/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거기 있다.//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바닷가,/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거기 있다.”

오세영 시인의 ‘바닷가에서’를 읽다보면 사람들이 왜 바다를 그리워하는지 알 것 같다.사람들은 생업을 위해 혹은 출세를 위해 도시로 몰려들지만 곧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힌다.도시생활은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안정을 주지만 동시에 지치고 권태를 느끼게 만든다.그토록 동경하던 도시는 벗어나고 싶은 대상으로 바뀌는 것이다.이럴 때 본능적으로 그 피난처로 떠올리는 것이 바다일 것이다.

바다는 넓고 깊은 품으로 도시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탈주한 이들을 말없이 받아주고 기꺼이 끌어안는다.연말연시 인산인해로 변하는 바다는 그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많은 사람들은 바다를 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새 출발하고 싶어 한다.천 길 낭떠러지에 선 것 같다가도 바닷가에 서면 안개가 걷히고 길이 보이는 것이다.시인이 그 바다의 마력을 이렇게 알려준다.스스로를 낮춰 평안을 얻는 것,포기함으로써 만족을 아는 것,스스로 감내하는 의지를 갖는 것 세 가지다.

동해안은 여름휴가지로 첫손에 꼽히는 바다의 대명사다.올해 강릉 동해 삼척 속초 양양 고성을 비롯한 강원 도내 92개 해수욕장이 다음달 5일부터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고 KTX 강릉선이 개통돼 동해안으로 가는 길이 시원하게 뚫렸다.지난해 1846만 명의 피서객이 다녀갔다.또 다시 청정 바다에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싶은 본능이 꿈틀대는 계절이다.안전과 정성이야말로 최고의 서비스가 될 것이다.피서도 즐기고 경기도 살리는 상생의 여름이 되길 소망한다.많은 답이 있는 동해안으로 가자.고 이스트(Go East)!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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