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헬·리·베·붕·탄·질·산…”.

40대 중반 이상의 중장년층은 고교시절 화학 선생님이 이 같은 원소기호 표를 달달 외우라고 했던 것을 기억한다.수소,헬륨,리튬,베릴륨,붕소,탄소,질소,산소 등으로 이어진 원소는 로렌슘(Lr)까지 103개였다.그 후 2016년 오가네손(Og)이 원소로 공인받아 총 118개가 됐다.원소는 다른 물질로 분해되지 않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이다.

첫 번째 원소가 수소(H)다.수소는 양성자 1개,전자 1개로 모든 원소 중 가장 가볍고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한다.대부분 연소하기 쉬운 기체(H2)로 이루어지며 물(H2O)을 만든다.모든 유기화합물에 결합하고,수소·공기 혼합 기체는 불꽃을 튀겨 주면 폭발적인 연소 반응을 보인다.연소시 극소량의 질소와 물만 생성되고 공해물질을 발생시키지 않아 미래의 청정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폭발성이 높아 무섭다.폭발성을 이용한 것이 수소폭탄(핵융합)이다.과학자들은 “수소차는 수소 분자(H2),수소폭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하는 등 수소가 전혀 다르다”라고 말한다.수소폭탄은 1억도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지만 수소차의 운전 온도는 70도여서 폭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강릉에서 수소 생산시설의 탱크가 폭발해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100m 떨어진 건물이 초토화되고 2∼3㎞ 떨어진 땅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전문가들은 국제규격 안전검증을 마친 시설에서 사고 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국내 첫 수소 사고라 원인 규명이 매우 중요하지만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일 노르웨이에서 수소충전소 탱크가 폭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사고로 수소가 안전하다는 기존의 인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정부는 강릉 사고로 사람이 죽었는데 수소경제 효과를 외치며 안전하다는 말만 한다.국정과제 수행 중인 사고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 정부를 믿어야 하나.수소의 안전성은 말이 아니라 과학으로 입증해야 한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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