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인터뷰서 “핵실험 없다”면서도 “상황 달라질 수도 있다” 언급
“김정은, 다시 만나고 싶어할 것…우리가 뭔가 할 기회 가질것이라 생각”
북 핵무기 제조 여부 질문에 “그렇지 않기를 바래…내게 약속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가리켜 “그는 많은 사람들을 아주 잘 대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는 나를 잘 대우해 왔다”라면서 “언젠가 그런 것이 변할지 모른다. 그러면 나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공개된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정말로 매우 강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신뢰 관계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만약 상황이 달라질 경우 자신의 대북 접근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에 관한 질문에도 “(핵)실험도 없고 어떤 것도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라는 말을 세 차례나 반복하며 무조건 낙관하지만은 않았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경고성 메시지를 띄우기보다는 김 위원장 개인에 대한 칭찬과 신뢰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터프한 남자이고 똑똑한 사람”이라면서 ABC 앵커에게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언급하며 “당신에게 오프더레코드(비보도 전제)로 조금 보여주겠다. 매우 멋진 편지”라고 자랑했다.

김 위원장을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면 당신에게 그걸 말할 수는 없다. 그에게 매우 모욕적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내 대답은 ‘그렇다’(yeah)이다. 난 그가 뭔가를 하고 싶어하고, 나를 존중한다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난 그와 매우 잘 지낸다. 난 그를 잘 이해하고 그도 날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또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그 의미를 축소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끈을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핵실험은 없었고, 매우 짧은 거리(의 미사일)를 제외하면 본질적으로 정말 아무런 시험이 없었다”면서 “그가 시험한 것은 솔직히 말해 많은 다른 나라들이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를 제조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그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내게 약속했다. (핵)실험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그가 (나와)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또 그가 날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가 뭔가를 할 기회를 가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자국민을 투옥하고 굶주리게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것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뒤 “경제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겠다”며 비핵화 이후 북한 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거듭 그렸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있고 온통 큰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경이적인 입지”라며 “경제적으로 거대 조직이 될 기회를 가진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 나라는 부자가 될 수 있고 김 위원장도 그 점을 알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정말로 그것을 원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핵무기 없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전임자들을 가리켜 “모두가 그(북한 지도자)에게 많은 걸 줬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수십억 달러를 주고도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라며 “난 (북한에)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난 제재를 부과했고 제재는 여전히 작동 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이었다는 설과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의 형제와 관련해 내 치하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거듭 밝혔다.

또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의 책임으로 북한의 대미 협상 담당자들이 숙청됐다는 설과 관련해서는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터프한 협상가’라고 말한다”라며 “사실은 그 5명(북한의 대미 협상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난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5명 중) 한 명은 우리가 발견했다. 그는 틀림없이 건강해 보였다”라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닌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 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에게 몸값을 지불했느냐는 질문을 받자 “난 지불하지 않았다”고 답한 뒤 미국 정부의 지불 여부에 대해서도 “우리는 오토 때문에 돈을 내지 않았다”고 거듭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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