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필리핀 남부 해안에서 아기고래 사체가 발견됐는데,사인은 놀랍게도 비닐봉지 때문이었다고 한다.가디언과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남부해안에서 길이 4.6m,무게 500㎏ 가량의 만부리 고래의 사체를 해부했더니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지 못하고 위장 쇼크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고래 뱃속에서 쌀 포대 16개와 가방 4개,쇼핑백 수십 개도 나왔다고 한다.고래 뱃속이 아예 거대한 쓰레기처리장을 방불케 한다.무심코 쓰고 버린 일회용 비닐에서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더 우려를 갖게 하는 것은 이것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는 점이다.지난해 6월에는 태국 남부 해안에서 11월에는 인도네시아 남부 해안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파도에 떠밀려온 고래 사체의 배를 가르자 역시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두 고래의 위장에서 나온 비닐의 무게가 각각 8㎏과 5.8㎏에 달했다고 한다.이렇게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는 해양 동물이 해마다 300마리가 넘는다고 한다.그나마 세상에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플라스틱 제품 없이는 살 수 없게 됐다.잠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알게 모르게 플라스틱 제품을 끼고 산다.플라스틱 칫솔로 이를 닦고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물을 섭취하고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시장을 볼 때도 비닐봉투를 이용한다.이렇게 간편하게 쓰고 함부로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고 바다의 포식자 고래를 숨지게 한 것이다.이것은 해양 동물만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2050년에는 바다가 물고기와 플라스틱의 비율이 50 대 50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바다가 쓰레기더미로 변해가는 것도 문제지만 더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다.잘게 부서져 1mm 미만의 입자가 된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인간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최근 세계자연기금(WWF)이 호주 뉴캐슬대학과 공동 연구한 결과 1주일간 한사람이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약 2000개라고 한다.무게로는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5g에 달한다는 것이다.인간이 스스로 만든 플라스틱 생태계에 갇힌 꼴이다.나부터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인류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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